제수용품 판매 상인들
“명절 분위기 안 난다” 울상
장보기 나선 주부들도
“치솟는 가격에 구매하기 겁나”
사과·배 등 가파른 오름세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난 28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시라 기자 sira115@kbmaeil.com

“명절이 대목이라는 말은 다 옛말입니더.”

지난 28일 포항죽도시장에서 만난 과일상인 이모(65·여)씨의 말이다. 이씨는 3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 매년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을 1주일 여 앞둔 시점부터는 몸이 두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빴지만, 이번 대목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푸념섞인 말을 내뱉었다. 이 씨는 “사람만 복작거리지 실제로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민족 대명절인 설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인 포항죽도시장 상인들의 얼굴은 마냥 밝지 않다. 상인들은 한결같이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봤지만, 가판대에서 파는 제수용품을 사는 손님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손님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은 어묵이나 호떡, 닭강정 등 설 특수와는 상관없는 단순 먹거리 뿐이었다.

대추·밤 등을 판매하는 상인 박모(60·여)씨 역시 “관광객들이 시장을 구경하러 오기는 하는 데 사가는 건 과메기, 대게 이런 것 뿐”이라며 “요즘은 미세먼지에다 날씨까지 추워져 손님이 더 없다. 그나마 가게에 오는 손님은 단골손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연일 치솟는 물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제수용품을 사러 나왔다는 전모(77·여)씨는 “차례상을 한 번 차리는데 돈이 수십만 원이나 든다”며 “제사를 지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마다 상에 올릴 물건 가격이 자꾸 올라서 장을 보는 게 겁난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전통시장에서 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25만4천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배 5개의 유통가격은 지난해 1만5천581원에서 2만1천370원으로 5천789원 상승했고, 사과 5개의 유통가격은 9천980원에서 1만2천742원으로 2천762원 올랐다. 지난해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폭염 등 이상기후로 대과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상황으로 인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죽도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손님들의 소비가 많이 줄어들어 상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날씨가 계속 추웠던 탓에 도매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손님들은 품질 좋은 물건을 찾아 구색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