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의 ‘레이더-위협 비행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양국 군 당국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주말 한국과 일본의 국방장관은 ‘레이더·근접비행’ 문제와 관련, 각각 일선 부대를 방문해 경계 태세를 점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시정연설에서 중국·북한 등 이웃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일일이 언급하면서 한국은 빼버렸다. 양국의 관계가 이렇게 무책임한 ‘불장난’ 수준으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출구전략을 찾아내야 마땅할 것이다.

일제강점시대 종군 성노예 문제와 일제강점시대 강제 징용피해 배상 판결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일본은 해상 초계기를 잇달아 띄워 우리 함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후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을 위협한 것은 벌써 4차례나 된다.

남해상에서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 비행을 우리 해군이 경고하고 비판한 뒤 일본 이와야 방위상은 시위하듯 지난 25일 해상초계기가 배치된 자위대 기지를 방문했다. 그러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해군 작전사령부를 방문하고 일본 도발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함정의 올해 4월 부산항 입항 계획을 취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또 올해 4월 말 한국과 싱가포르 주도로 열리는 아시아 국제해양안보훈련에 미국 등 다른 참가국과는 달리 우리 해역에 들어오지 않고 중간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도 다음 달로 예정됐던 1함대 사령관의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 방문계획을 취소했다.

한·일 양국은 ‘말 폭탄’마저 주고받는 판국이다. 일본 이와야 방위상은 가나가와현 해상자위대 기지를 찾은 자리에서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우리 바다, 하늘, 영토, 국민을 지키고 있다”고 격려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은 우방국에 대한 심대한 도발행위”라며 군의 대응수칙대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우방국 사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이견이 발생하고 갈등이 돌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종래와는 달리 방위비 분담금을 왕창 올리려고 무리수를 쓰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작금의 한일 군사적 긴장을 적극적으로 말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멀지않아 열릴 예정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펼쳐지는 이런 불안정은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국의 정부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난무하고 있는데,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어리석은 ‘불장난’은 올바른 정치의 덕목이 결코 아니다. 양국정상이 긴밀한 대화로 긴장국면을 빠져나갈 출구를 뚫어내야 한다. 우리에게 일본은 영원히 ‘먼 나라’인 동시에 ‘가까운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