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안 진

자기 전에 안경을 닦는다

책 속에 꿈이 있는 줄 알고

책 읽을 때만 썼던 안경을

총기가 빠져나간 눈에

열정이 빠져나간 눈에

덧눈으로 씌운다

 

잠은 어두우니까 더 밝은 눈이 필요하지

감긴 눈도 뜬눈이 되어

지나쳐버리는 꿈도 놓치지 않게 되고

꿈도 크고 밝은 눈을 쉽게 알아볼 것 같아

자투리 낮잠을 잘 때도

반드시 안경을 쓰는데

 

꿈이 자꾸 줄어드니까

새 꿈이 안 오니까

꿈을 더 잘 보려고

꿈한테 더 잘 보이려고

멋진 새 안경을 특별히 맞췄는데

새 안경이 없어졌다

다리는 새 걸로 바꾸지말 걸 그랬어

책 읽을 때만 쓰던 안경을 잘 때 쓴다는 시인의 말에는 상식을 전도시킴으로 얻으려고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 책 속에서 찾던 길이 현실에서 잘 보이질 않아 더 밝은 눈으로 꿈속에서 길을 찾겠다는 시인의 목소리에는 현실의 여러 한계들과 허구성을 질타하는 매서운 회초리가 숨겨져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