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서 나무하던 60대 주민
온 몸 물어 뜯긴채 주검으로
포항 ‘불의공원’ 인근에도 나타나
겨울철 먹이부족 탓에 잦은 하산
지자체, 먹이주기 사업까지 계획

예천에서 사람이 멧돼지에 습격 당해 무참히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멧돼지가 농작물 피해를 넘어 사람마저 공격하며 맹수화하고 있어 문제해결이 시급하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년 전국적으로 100억원 이상의 농작물 피해를 입히고 있는 멧돼지나 고라니 등 유해야생동물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7시 10분께 예천군 유천면 성평리의 한 야산에서 주민 노모(6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멧돼지에게 온몸이 물어뜯겨 피투성이가 된 상태인 노씨를 주민과 119구조대가 찾았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노씨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집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수확기인 가을과 먹이가 부족해지는 겨울을 지나면서 야산에 사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산아래 마을이나 도심, 대학가, 주택단지 등까지 출몰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께는 ‘포항12경(景)’으로 선정된 ‘불의공원’ 인근 도로에서 멧돼지 두 마리가 나타나 한동안 주변을 배회하는 등 인구 밀집지역까지 멧돼지가 활개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시민 정모(28·여·대이동)씨는 “집 주변에 멧돼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밤에는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며 “사실 멧돼지가 눈앞에 있다고 상상하면 온몸이 얼어버릴 거 같다”고 말했다.

멧돼지들이 도심지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먹이 부족’때문이다. 개체 수 증가와 반대로 점점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멧돼지들이 민가를 침범하고 있다.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동물들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극심한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멧돼지와 같은 유해야생동물들이 농작물에 입히는 피해는 매년 전국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도 최상위포식자인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멧돼지로 인해 56억4천8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고라니나 꿩, 까치, 청설모 등 다른 유해야생동물 피해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꾸준히 피해가 발생하면서 일선 지자체마다 농작물 피해 방지 등을 이유로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구성해 전문 사냥꾼을 필두로 포획에 나서고 있지만, 본능적으로 먹이를 찾아 나서는 동물의 ‘하산(下山)’을 모두 막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수렵인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엽사들이 산 속에 들어가 수렵활동을 하는 동안 총 소리에 놀란 멧돼지들이 오히려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최상위포식자인 멧돼지의 개체 수 증가와 겨울철 부족해진 먹이 탓에 민가나 도심지까지 멧돼지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도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전까지 농가 주변에 울타리를 치거나 소음기나 가스총을 통해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의 접근 차단을 시도했지만, 야생동물 개체 수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는 효과가 뛰어나지 못했던 거 같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 차원에서 올해부터는 전국 농가에 유해 야생동물 포획시설(트랩) 구입 및 설치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에 최근 멧돼지가 발견되면서 이달 말 합동포획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도심지로 내려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멧돼지 먹이주기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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