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46·사진)이 힘을 빼고 평범하면서 인간적인 역할로 돌아왔다. 그는 내달 개봉하는 영화 ‘증인’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순호를 연기했다.

순호는 민변의 파이터로 불리던 변호사지만 현실과 타협하기로 마음먹은 인물.

순호에게서는 삶의 무게에 눌린 소시민 모습까지 보인다.

정우성이 ‘아수라’(2016), ‘더 킹’(2016), ‘강철비’(2017) 등 최근작에서 보여준 강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오히려 이번 영화가 감정의 진폭이 다양해서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 전에 맡았던 캐릭터들은 강해 보이려고 하니까 연기하면서 늘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는 게 어려웠죠. 순호는 즉흥적일 수 있어서 더 자유롭게 연기했어요. 극적이거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요. 변호사로서 사건을 대하는 평정심이라는 것도 있고요.”

영화에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순호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정우성은 “순호는 순수하진 않지만 순수함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 남자였죠. 지우라는 순수의 대상을 만나면서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초심을 되찾을 기회를 얻은 거고요. 확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정의로움을 펼쳤다면 뻔한 법정 드라마가 됐겠죠.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자신과 옆에 있는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향기와도 극 중 순호와 지우처럼 천천히 친해졌다고 한다.

그는 “향기 씨가 말이 별로 없다. 내가 향기 씨를 바라보고 나를 보여주면서 시간적 여유를 갖는 방식으로 소통했다”며 “그동안 남자배우들과 으르렁대면서 서로 살아남겠다고 하다가 향기 씨를 만나니까 포근한 안식처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웃었다.

상대 역이 자폐 장애를 가진 소녀였지만 정우성은 “따로 자폐 장애에 대해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김향기 배우가 연기하는 지우를 만나기 전에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