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변하는 조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2차 북미정상회담의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미국 국민의 안전’으로 방향을 튼 것 같은 기미가 농후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나 핵 동결 조치만 취해도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는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이 쏟아진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는 급변이 예고되는 시점에 우리 정부는 어떤 마땅한 대책을 갖고 있나.

최근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일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없애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풀어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태 전 공사는 “북미 양측의 ‘살라미 방식’ 때문에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남고 한국 국민만 북핵 인질로 남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향후 북미정상회담의 목표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 제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특히 트럼프와 김정은 둘 다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북한이 등가물로 내놓을 살라미들은 북한으로서는 별로 소중하지 않은 것이고, 대신 트럼프로부터 받아내려는 살라미의 매 슬라이스는 북한에는 절실한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이러한 방식은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북핵 협상에서 무슨 결과물이라도 만들어 보여줘 정치 상황의 코너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내심을 정조준한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한 방송에 나와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배경과 관련, “(트럼프가) 이번에 ICBM을 내가 빼앗았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게 됐다, 이렇게 하면 인기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의 국가전략연구원의 서울 콘퍼런스에서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조만간 북한의 핵과 운반수단의 보유를 사실상 인정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핵을 제거해 영구평화 체제를 구축한다는 희망이 물거품이 될 처지다. 우리도 핵을 보유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다다르고 있는데, 다들 꿀먹은 벙어리다. 한국이 비핵화보다 남북교류협력에 비중을 두게 되면 북한과 일시적으로는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박이다. 남남갈등은 물론 한미동맹에도 큰 균열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한 태도에서 보듯이 미국은 철저하게 미국 편이다. 미국에 종속되고, 북한에는 눈치만 보는 자세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정부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국민들이 뭘 믿고 어떻게 나아가야 절체절명의 국가안보를 회복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