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br>​​​​​​​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그 동안 수소전지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미 신재생에너지와 2차전지가 기술혁신을 통해 발전단가를 크게 낮춘 상태였으므로 굳이 수소전지까지 신경쓸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수소전지가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며 수소경제를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풍력, 전기차, 2차전지 산업에 보조금을 주며 시장을 형성시켜 왔는데 이제는 그 분야의 보조금 지급을 마무리짓고 있다. 산업 기반을 만들었으니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별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제 보조금은 수소전지로 넘어 오고 있다. 중국이 투자를 시작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경제성이 생기고, 신기술도 따라 온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이 수소전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첫째,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에 비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에너지 장악이 패권의 상징임을 감안할 때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는 중국이 주도권을 갖고 싶어하는 모습이다. 둘째, 승용차에서는 이미 2차전지가 시장을 선점했지만 트럭, 기차, 선박 등 큰 힘이 필요한 운송수단에서는 수소전지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셋째,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더욱 발달하여 발전단가가 낮아질수록 수소전지에 대한 매력도 커질 수 있다. 왜냐하면 수소전지는 일단 수소를 얻는 과정이 필요한데 전기료가 낮아지면 전기분해를 통해 쉽게 수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그 동안 막대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2차전지 부족으로 인해 흘려버리는 전기가 상당량이다. 이렇게 남아도는 전기로 수소를 생산한 후 원하는 곳으로 옮겨 필요한 곳에서 발전할 수 있다. 넷째, 수소전지는 2차전지보다 희귀금속 소모량이 적어 보급에 제약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수소전지와 더불어 시장의 관심을 못 받았던 분야가 2차 전지의 재활용이다. 사실 2차 전지가 아직 제대로 보급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활용을 논한다는 것이 성급해 보인다. 또한 2차 전지는 재활용에 있어 해체 및 중화, 그리고 정제 과정이 복잡해서 비용이 높다. 예를 들어 1톤의 리튬이온 전지에서 600파운드의 코발트를 얻는다고 가정할 때 코발트 가격이 파운드당 40달러는 되어야 경제성이 생긴다. 그러나 지금은 19달러 정도이므로 정부의 보조금이 있어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2차전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소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확실성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부각되고 있는 리튬고체전지의 경우 코발트는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부터 전기차가 본격 생산될 예정임을 감안할 때 향후 2차전지 소재의 부족 현상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규제당국은 2차전지의 재활용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전지 제조업체가 조립할 때부터 재활용하기 쉬운 구조로 설계, 조립하도록 규정할 것이다. 특히 2차전지는 토양에 매몰시킬 경우 독성이 심하기 때문에 더욱 재활용을 강조할 것이다. 만일 재활용을 통해 추출되는 희귀금속 분량이 작아 채산성을 얻지 못할 경우 2차전지 가격에 세금을 얹어서라도 재활용 비용을 충당할 것이다. 이 경우 2차전지 가격이 좀 오르겠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수소전지 보급이나 2차전지 재활용이 본격화되어 관련 기업의 수익이 구체화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수소전지에 대한 투자 행보, 2차전지 재활용 관련 규정 제정, 그리고 에너지의 중심이 석화연료에서 전기로 넘어갈수록 이들에 대한 관심이 증시에서 새로운 테마로 형성될 것이다. 새롭게 형성되는 산업에서는 끝까지 생존 가능한 글로벌 리더에 투자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 이들의 주가에는 아직 프리미엄이 붙어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