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철강생태계 재구축하자
③ 국내기업 우대정책도 병행해야

포항에 전공정에 입각한 철강 관련 기업을 유치하려면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우대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는 있어도 국내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은 기업인들이

좀처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쉽지 않은 과제다. 철강을 기반으로 한 기업 유치 우대정책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가

포항 지역사회가 당면한 현안인 셈이다. 한계에 부닥친 포항의 미래를 위해 기업유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시민 여론조사에서도 바로 나타난다.

포항시가 공개한 ‘2017년 경상북도 및 포항시 사회조사’에 따르면, 포항시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필요한 시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유치’로 나왔다.

고용 창출과 더불어 지역 경제의 안정, 산업경쟁력과 세수확보 강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유치’를 떼놓고 말할 수 없다.
 

면세 등 각종 특혜 누리다 발빼는 외국기업 사례 거울 삼아
국내 중기 적극적 발굴·육성으로 가격·품질 경쟁력 높여야
포항시· (주)프로그린테크 추가 투자 MOU 체결 모범사례로

□ 외국계 기업의 자본 유치만이 답일까

우선 ‘어떤 기업을 유치해야 하나’라는 문제다. 포항 뿐만 아니라 경북, 나아가 전국 지자체가 지역에 없는 ‘신산업’의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지역의 장점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계 기업의 자본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 때 외자유치라면 만사형통인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외국계 자본의 유치에만 집중하는 것이 과연 지역 경제에 유리하기만 한 것인지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1만여 곳이 넘는 외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들 기업은 우리나라 기업 혹은 국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사업을 벌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인센티브와 더불어 면세를 비롯한 각종 특혜로 호황을 누리다 슬그머니 발을 빼거나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등의 부정적인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그나마 외국계 기업의 큰 장점으로 꼽혔던 세수 기여도마저 이제 점차 감소하고 있어 외국계 자본 유치에 대한 신중함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외국인 투자법인, 외국법인 국내지점)은 지난 2013년 1만1천267곳, 2014년 1만1천463곳, 2015년 1만1천903곳, 2016년 1만2천85곳 등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계 기업의 법인세는 2013년 6조1천534억원, 2014년 5조2천608억원, 2015년 5조2천688억원, 2016년 6조3천87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과 2015년은 법인 수가 더 늘어났음에도 2013년보다 법인세를 오히려 적게 냈다.

거대 자본을 투자받아 지역에서 기업 의존도가 높아진 이후 경쟁력 약화 등으로 사업 철수가 불가피해지는 경우에도 지역에 미치는 충격이 작지 않아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5월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이후의 군산을 보면 알수 있다. 당장 2천여 명의 근로자가 실직했고 164개 협력업체도 생계곤란이나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1만2천여개의 지역 일자리가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4인 가족 기준 군산시 인구의 25% 가량이 생계에 위협을 받게됐다. 당장 세수 감소부터 고용 문제까지 한순간에 지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 국내 기업과의 협력 우선시해야

이에 세수 확대나 사회 환원 측면에서도 유리한 ‘국내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우선시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이 높은 외국계 기업의 선호도와 견줄 수 있도록 국내 중소기업을 유치하고 발굴·육성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긍정적인 사례가 포항시에 존재하고 있다. 주인공은 의약품원료, 화장품원료, 기타정밀화학, 수처리 등의 화학제품을 제조하는 포항의 중소기업 ‘(주)프로그린테크’이다. (주)프로그린테크는 철강관리공단 내 지난 2010년 설립된 기업으로, 지난 2016년 포항시 유망 강소기업으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경북 프라이드 100대 기업에 선정된 지역의 유망기업이다.

포항시는 지난 연말, 투자유치를 통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프로그린테크와 4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국내기업에서는 (주)프로그린테크를 제외한 친환경 화장품 첨가제의 자체 생산시스템을 보유한 제조사는 거의 없는 상황이며, 해외에는 독일 및 일본 2개사만이 친환경 화장품 첨가제(HDO)를 제조하고 있는 점에서 관련 제품의 국산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포항시에서는 이 업체의 추가 투자를 통해 침체된 지역 건설경기에 활력과 더불어 2020년까지 50명에 달하는 지역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주)프로그린테크의 사례는 지역에서 출발한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다시 지역 사회에 일자리 창출 등으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포항시는 기업 우대정책을 강화해 철강 관련 분야의 중소기업 유치 및 육성에도 팔을 걷어야 한다. 포항시가 지역 중소기업인 ㈜프로그린테크와 4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지역에서 출발한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기술을 갖추고 성장해 다시 지역 사회에 일자리 창출 등으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포항시 제공

□ 기존 철강 산업 인프라 활용에도 초점을

포항, 나아가 경북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 받으려면 무엇보다 지역의 장점, 지역의 주력산업과 융합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업종의 선택과 집중이 우선돼야 한다. 철강분야를 대상으로 제2, 제3의 (주)프로그린테크와 같은 기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포항시는 철강 위주의 산업 여건을 보완하기 위해 수년째 지속적으로 산업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 소재 기업, 첨단의료기기 생산 등 4차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 위주로 적극적인 투자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특히, 오는 2022년까지 1조 원대, 2천500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이차전지 소재 생산 기업인 (주)에코프로 투자유치를 시작으로 의료기기 기업인 지멘스헬시니어스(주), 이비덴그라파이트코리아(주), 베페사징크포항(주) 등 외국계 기업들과 잇따라 투자 협약을 맺는 등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도 얻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1월 ‘포항시기업및투자유치촉진 조례’를 전면 개정해 인센티브 수준을 최대한 높인 효과이기도 하다. 포항시의 이러한 노력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으나, 기존 주력산업인 ‘철강 산업’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업 발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산업 발굴로 새로운 동력을 개발하는 것은 좋지만 지역 내에 갖춰져 있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철강 관련 분야의 중소기업 또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에 산재한 철강분야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에 부딪혀 있거나 사업 확장, 투자 계획 등을 갖춘 업체들을 파악하고 ‘러브콜(love call)’을 보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완화와 행정적인 지원은 필요조건이다.

포항은 철강공단과 더불어 4차 산업의 기반인 우수한 R&D, 사통팔달의 교통 등 기업에게 최적의 환경을 지니고 있으나 실제 기업의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2018년 기업 환경 우수지역 평가’에서도 뒷받침하고 있다. 해당 평가는 각 기업으로부터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별 규제환경과 만족도를 조사하는 ‘기업체감도’와 지자체별 조례 및 규칙 등을 분석한 ‘경제활동친화성’ 부문으로 나눠 실시됐다.

포항시는 규제합리성, 행정시스템, 행정행태, 공무원평가, 규제개선의지 등에 대해 지역 기업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체감도 부문’에서 102위에 올랐다. 특히, 5개 조사 부문 중 가장 순위에 뒤처진 것은 ‘규제합리성’으로, 총 68.9점을 받아 135위를 기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간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규제가 많아 까다로운 지역이라는 의미다. 경북에서는 청도군이 74.6점으로 전체 7위를 달성하며 도내 1위를 기록했다.

또한 공장설립, 부담금, 지방세정 등 기업활동 관련 지자체별 조례를 대상으로 상위법 위반, 법령 제·개정사항 미반영 여부 등을 분석해 평가하는 ‘경제활동친화성’ 부문에서도 포항시는 130위라는 실망스런 성적표를 안았다.

여기에서는 성실납세자인센티브조례, 납세자보호관제도, 자동이체감면, 자동이체 전자송달 감면 등에 대해 평가하는 지방세정이 C등급(전체 S-A-B-C-D)을 받아 182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머물렀고, 공유재산을 임대할 때 내는 대부료 요율과 감액 기준 등을 평가하는 ‘공유재산’은 189위에 불과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포항시가 기업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라는 증거다.

이에 대해 상공계 관계자는 “전남 여수시가 기업체감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은 지역 맞춤형 규제 개혁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여수는 기업들이 공장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정부 및 도와 협업해 개발 계획을 변경했고 대규모 산업단지 시설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면서 “영일만 산단이나 포항블루밸리 등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는 포항시는 기업들에 현실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다. 분양가를 인하하거나 장기간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등 파격적인 제안을 내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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