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의회의 나라 망신 해외연수 사태 이후 수준 미달 기초의회에 대한 민심이 날로 사나워지고 있다. 국외연수 제도를 뜯어고치는 수준을 넘어 기초의회를 아예 없애거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폭발하는 분위기다. 기초의회의 공천폐지 국민 여론은 완강하다. 하지만 지역구 영향력 약화를 우려한 국회의원들이 줄곧 뭉개왔다. 이제 이렇게 더 끌고 가서는 안 된다. 건강한 지방자치 육성을 위해서는 기초의회 정당 공천제 폐지가 급선무다.

지방선거가 첫 실시된 1991년 제1회 광역·기초의원 선거 당시에는 기초의원은 공천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부터 도입됐다. 후보자 검증 내실화와 금품선거 방지, 유권자의 정보 부족 해소와 정당의 책임정치 강화 등을 도입 이유로 꼽았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전개된 자치역사를 돌아보면 긍정적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폐지에 무려 86%가 찬성했다. 2017년 12월 전국 기초의원들에게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에서도 68.8%가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 공천제 폐지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9대 국회는 2012년과 2013년에 정당 공천제 폐지 법안이 6차례나 제출됐는데도 4년 내내 심의조차 안 해 결국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낙연 총리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한때 기초의원 공천제 폐지를 강조했지만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가 있는 한 출마 예정자들의 자질 검증 절차는 사라지고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맛’에 맞는 사천(私薦)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 결국, 공천을 받아 당선되더라도 지역민을 위해 일하기는커녕, 지역 국회의원의 수족 노릇이나 하게 될 가망이 높게 마련이다. 그러니 기초의원 공천제도는 지역 국회의원의 난공불락 기득권으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기초단체 공천제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풀뿌리민주주의’를 말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자치행정이 중앙정당의 정쟁 도구화가 되는 것은 물론, 복마전처럼 전개되는 공천 과정의 의혹으로 공천자들의 수준은 하향평준화 일변도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지방자치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있음이 자명한 ‘기초의회 정당공천제’ 올가미를 하루빨리 벗겨주는 것이 옳다. 언제까지 소아병적인 사욕(私慾)정치의 추태를 지속할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