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서예가·시조시인
강성태
서예가·시조시인

기해년 새해 새날이 밝았다. 이 아침 뜨는 해는 어제와 다르고 오늘 본 강물은 내일과 다르듯이 매년 새해를 맞으면서 느끼는 것은, 새해에는 그 전 보다 새롭고 희망적이며 발전적이기를 기대해보는 것이다. 새해 첫날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의 해돋이 명소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해맞이를 하며 건강과 평안, 합격과 승진, 성공과 영달을 염원하는 것도 종전보다 좀 더 낫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필자는 새해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해맞이 후 정결한 마음으로 연하장을 쓰고 그린다. 연하장이란 새해를 축하하고 소망하는 바를 글이나 그림으로 담아 보내는 덕담 편지다.

올해는 기해년 돼지해니 만큼 돼지 그림을 복(福) 자와 조합해서 그리고 쓴 ‘福된 새해’ 작품과 ‘여시구진(與時俱進:시대와 더불어 함께 발전한다)’ 한자성어를 세로로 쓴 작품 등을 친지, 친구, 지인, 동료 등의 분들에게 나눠드렸다. 그렇게 연말연시 또는 설날에 즈음해 연하장을 정성껏 써서 이웃과 주위에 나눠 온지 벌써 20년을 넘었다.

서툰 붓글씨, 어설픈 먹그림이나마 마음을 담은 연하장을 받은 분들은 대부분 한결같이 밝은 표정으로 감사와 덕담의 인사를 건네온다. 어떤 친구는 연하장 글귀를 되새기며 살다 보니 1년 신수가 훤하게 풀렸다고 하고, 어떤 지인은 사회생활이 순탄하게 이뤄지고 사업과 직장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분은 붓글씨의 효능(?)을 믿어선지 필자가 건네 준 10년 이상 된 빛바랜 연하장을 사무실 한쪽 벽면에 차례대로 붙여두고는 글귀의 의미를 오래도록 음미하기도 한다.

화선지에 붓으로 쓰고 그린 연하장이 살아가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람은 작은 것에 감동하고 상대방의 정성에 호의를 베풀 줄 아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작은 연하장 한 장이라도 직접 써서 보내준 사람의 성의를 고맙게 여기고 눈에 띄는 곳에 붙여두거나 소중하게 간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수시로 연하장의 글귀를 되새기며 자신도 모르게 그것이 시사하는 바를 인지하고 깨닫게 되어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지향한다고 한다.

비단 그 같은 일은 간단한 연하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꿈이나 목표, 가르침 등의 글귀를 쓰거나 새겨서 가까이 두게 되면 그것을 지침(指針) 삼아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조금씩 그에 근접하게 되거나 유도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개인적인 소망이나 좌우명, 그리고 가훈, 교훈, 원훈, 사훈 등의 문구를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는 것도 자신과 구성원들이 목표나 가르침을 항시 인식하고 은연중 사고나 행동의 변화를 일으켜 목표에 부합되도록 유도하는 맥락이 아닐까 싶다.

비근한 예로 수년 전 미국의 저명인사나 교수, CEO 등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 이상이 학창시절에 장래희망이나 꿈을 구체적으로 적어 책상 머리맡에 붙여두고, 매일 글귀를 보면서 목표를 향해 매진한 결과 원하는 바를 달성했다는 통계결과가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꿈을 이루기 위한 긍정적인 자세와 확고한 의지, 그리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부단한 노력이 수반돼야 함은 자명한 일이겠지만-.

한 줄의 명언이나 한 편의 글이 사람의 명운을 바꿔놓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사실상 연하장이든 좌우명이든 그 내용을 늘 인지하도록 가까이에 두고 보면 무엇인가 당사자에게 심경의 변화가 생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자신의 목표를 자주 되새기다 보면 느낌도 깊어져 생각이 변하고 행동이 바뀌게 되면서 꿈을 향한 실행과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때, 소박한 연하장 한 장으로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며 그래서 연하장을 받는 분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지고 꿈의 현실화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아낌없이 축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