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대상 조사결과 52%가 가정용소화기 등 갖추지 않아
당국, 직접 확인보다는 의무소방대원 독려·홍보 차원 활동만
화재사고에 ‘무방비’… 정확한 설치율 조사 등 전수조사 시급

도내 가정의 절반 가량이 가정용 소화기와 화재경보감지기 등 기초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12월 7일까지 경북지역 초·중학생 3천206명을 대상으로 가정내 기초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 52.25%가 ‘없다’고 답했다.

당국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가 아니어서 다소 오차가 있겠지만, 아직도 많은 가정이 기초 소방시설 의무설치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8월 4일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12년 2월 5일부터 신규·개축 주택에는 의무적으로 기초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미 지어진 주택도 지난 2017년 2월 5일까지 기초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그러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위반에 대한 벌칙이나 처벌조항이 없어 현재 설치율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절반 가량의 가구가 사실상 화재위험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경북도립대학교 권용수 소방방재과 교수는 “주택화재 중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은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을 때이고, 화재 피해를 예방하려면 단독경보형 감지기기 설치가 꼭 필수적”이라며 “기름 과열로 발생하는 주방화재 등은 물을 이용해 진화하려고 하면 더 큰불로 번질 수 있으니, 어떤 초기화재에도 쓸 수 있는 소화기 또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택용 기초 소방시설이 없어 인명피해로 번진 사건도 빈번하다.

지난해 10월 10일 오전 3시 55분께 안동시 길안면의 한 주택에서 불이나 집안에 있던 아버지를 구하려던 아들이 함께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늦은 밤 화재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A씨(84)는 불이 난 집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아들 C씨(54)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집이 무너지면서 유명을 달리했다.

확인결과 이 주택에는 주택용 소방시설이 없었고, 단독경보형 감지기만 설치돼 있었어도 소중한 두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3.3㎏ 용량의 소화기는 시중에서 2만∼3만 원,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개당 8천∼1만 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장치인 만큼 비용이 부담스러워도 꼭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주택용 기초 소방시설 설치를 독려하면서도, 정확한 설치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설치하지 않아도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부족한 인력을 투입해 직접 확인하기보다는 마을별로 배치된 의무소방대원이 독려·홍보 차원의 활동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용소방대 대원 안모(60)씨는 “주택의 기초 소방시설은 운전 시 안전벨트와 같은 중요한 장치인데, 현재로서는 말만 의무지 자율적인 선택사항과 다름없다”면서 “개인사유물이라 처벌조항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초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당국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하는 차원이 아닌 당국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