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안동시장

영국과 미국 등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낸 베트남의 한 젊은 청년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1919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다. 서구 열강의 문화 안에서 민족주의적 가치관을 다진 그는 애국이라는 뜻의 ‘응우옌 아이 꾸옥’으로 이름을 바꾸고 식민지 해방운동에 뛰어들어 훗날 베트남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된다. 바로 베트남 초대 국가주석, 호찌민이다. 베트남에서 사이공이라 불리는 가장 중심이 되는 1군 지역은 민족영웅 호찌민의 이름을 따 우리가 잘 아는, 현재의 호찌민 시가 되었다.

베트남은 옛것을 지키며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이어오면서 후에, 호이안 등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이다. 전통적인 동남아시아 무역항의 모습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호이안, 옛 수도의 역사적인 건축물과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후에. 이러한 전통문화의 힘에 ‘도이 머이(쇄신)’라는 개혁·개방 정책이 더해져 이제 베트남은 세계적인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강국으로 우뚝 섰다. 이처럼 도시가 가진 유산의 경이로움은 그 도시의 역사를 공감할 때 더욱 가치를 발한다. 유산이 가진 관념적 틀을 넘어 일상에서 그 가치를 구현해 나가는 것 말이다.

이제 안동도 이러한 관념적인 가치를 일상에서 구현해 ‘안동을 더욱 안동답게’ 만들려고 한다.

우리는 시민행복과 지역발전을 위한 많은 시책들을 구상하고 확정지었으며 산적한 현안사업을 해결해나가는 등 참 많은 일들을 해 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10년 전 2천261억 원에 불과하던 ‘안동의 브랜드 가치’가 20배에 육박하는 4조4천억 원대에 이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브랜드 가치 상승이 안동발전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경북도청 신도시는 현대적 감각을 가진 신성장 거점으로 조성하고, 원도심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유동성을 강화해 상생발전을 이끈다. 안동역은 오랜 시간 안동 원도심의 구심점이 된 곳으로 근현대 안동을 상징하는 곳이다. 2020년 중앙선 복선전철사업이 완료되면 역사부지와 운흥동 일대를 지역경제의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 안동역 이전으로 철교와 시가지 폐선 부지를 따라 주거, 상업,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폐역사와 선로는 안동관광을 도심 곳곳으로 연결할 모세혈관으로 자리하게 된다.

느리게 오고 느리게 가는 기차는 기다림과 만남에 설렘을 주는 메타포다. 안동역에 대한 기억 위에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야 말로 도심 활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어른들에게 추억의 공간이 청년들에게는 관광을 기반으로 한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재창조 공간으로 말이다.

올해는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안동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독립운동의 성지다. 안동 곳곳에 독립운동의 흔적이 살아 숨 쉬고 있고, 그 흔적으로 주목해야할 첫 번째를 꼽는다면 바로 임청각이다.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인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3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의 산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임청각은 일제강점기 ‘불령선인’(일제가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 사람을 일컫던 말)이 다수 출생한 집이라 하여 중앙선 철로 부설 때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 건물이 철거당했다. 오늘의 임청각이 중앙선 철로를 마주한 지도 한 세기를 지나고 있다. 독립의 외침이 한 세기를 지나서야 비로소 우리에게 닿았다.

때문에 임청각 복원은 안동을 넘어서 민족의 염원을 담은 집 안의 가장 큰 일이 될 것이다. 2020년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과 맞물려 임청각 원형 복원은 물론 석주 이상룡 선생 기념관을 세우고 주변 정비를 계획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철도개설 이전의 임청각 모습 복원을 통해 애국의 원형이 살아나길, 역사배움터의 산실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회마을과 봉정사 그리고 유교책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동의 유산이다. 세계유산 등재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 유산이 한국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지키고 이어가야 할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이것은 우리 유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가짐 또한 달라져야 할 것임을 시사한다.

올해는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세계유산의 이름을 올릴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뒤를 이어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인류무형유산 등재에도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안동을 대표하는 무형유산인 하회별신굿탈놀이의 등재추진은 안동이 세계탈문화의 중심으로 ‘안동다움’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계유산, 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 모두를 가진 세계 속의 안동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하다. 이 모두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역사, 문화, 관광도시로서의 화룡점정을 찍을 것이다.

9:30. 하얼빈 역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 외벽의 벽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다. 21세기,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독립운동의 순간’, 1909년 10월 26일 9:30 하얼빈 역이다. 역사를 간직한 장소를 공감하는 것 또한 또 다른 유산인 것이다. 복원된 임청각 안에서 독립운동의 정신이 살아나는 것처럼 말이다.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로 정의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시간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연속의 과정으로, 과거 사실을 반추해 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해 가는 것! 오늘의 안동을 더욱 안동다운 내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