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의 공론화보다 근본적인 인식변화 정책과 교육이 시급하다. 사진은 안락사 전 개들의 모습.

동물권단체 케어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지난 11일 뉴스타파는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인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개들을 안락사 해왔다는 내부고발에 의한 증거들을 취재하고 보도하였는데, 이 보도는 많은 사람들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다. 케어는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를 표방하며, 동물권을 위해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던 단체였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아직 생소한 용어인 동물권(動物權·animal rights)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이다.

동물권 운동가들은 동물권이 인권 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권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침해받을 수 없는 권리를 타고났다는 사상, 즉 하늘이 사람에게 내린 것이라는 뜻인 천부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정립될 수 있었다. 천부인권은 오늘날 기본권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인권에 비견되는 동물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중 앤드루 린지는 동물권을 주장하며 ‘관대함의 윤리’(ethics of generosity)를 이야기 하였다. 린지가 말하는 관대함은 동정심이나 온정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신의 권리’와 ‘신의 정의’라는 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린지에게 동물권은 ‘신적 권리’(theos-rights)이며, 동물권은 동물이 스스로 획득했거나 인간이 동물에게 부여한 어떤 권리가 아니라고 하였다. 린지는 동물권이 단지 인도주의의 확장이나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창조주가 피조물에 대해 가지는 관대함(자비)을 바탕으로 동물권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물에 대한 서구의 전통적 입장은 고대 그리스 전통과 유대교에서 유래하였다. 20세기 영국의 의학대학에서 촉발된 갈색 개 생체연구에 대한 찬반 논란은 사회적인 큰 갈등이 있었고, 동물권 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동물권 논의가 시작단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케어는 동물권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 왔고, 케어를 믿었던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매우 힘겹게 느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최근 박소연 대표를 사기 및 배임·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케어 박소연 대표는 안락사 사실을 숨긴 것은 가슴깊이 사죄한다고 밝혔고, 더 많은 동물을 구조하려면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며 안락사의 공론화를 주장했다. 무분별한 안락사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여론은 매우 차갑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지난 시간들을 잘 돌아보고, 문제를 개선하여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케어가 감당하지 못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동훈
이동훈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 동물권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통계자료인 2016년 정부 유실·유기동물관련의 구조 보호현황 자료를 보면 한 해 동안 8만9천732마리의 유실·유기견이 있었고, 2016년 한 해 동안 이와 관련하여 지출된 예산은 전국적으로 114억원이 넘는다. 매우 많은 예산이 쓰여졌지만 한 마리당 한 해에 12만원 정도예산이 투입된 것이다. 대부분의 개와 고양이들이 안락사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버려지는 동물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버리지 않도록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먼저다. 동물등록제가 제도화되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등록된 동물은 전체 숫자의 10% 수준인 107만 마리 정도로 파악된다.

우리의 조상들은 동물과 관련하여 실생활에서 생명존중 사상을 실천하며 살았다. 까치를 위해 감을 다 따지 않은 ‘까치밥’, 하루 수십 리씩 걸어야 하는 소들을 위해 소장수들이 소에게 신겨준 ‘쇠짚신’, 한 집안에서 더불어 먹고 사는 존재들을 사람이나 짐승을 가리지 않고 모두 생구(生口)라고 불렀던 포용적인 마음.… 창조주가 피조물에 대해 가지는 관대함(자비)을 우리는 가질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다시 생각해보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