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지역경제의 성장모델이라고 해서 국가경제의 성장메커니즘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지역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의 자원이 없다면 외부에서 자원을 가져와 가공하고 지역에서 모두 소비할 수 없을 경우에는 다시 외부로 내다팔면 된다. 그러한 순환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에서 고용이 늘어나고 소득이 증대됨에 따라 소비경제도 활성화되며 이를 통해 축적되는 자금은 지역 금융기관을 매개로 지역기업에 재투자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역경제는 확대재생산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경우에는 수출입과 같이 통관과정에서 국내에서 성장단계에 있거나 좀더 보호 육성해야 할 산업이 있다면 이를 보호하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우리가 과거에 많이 듣던 ‘국산품 애용운동’과 같은 비관세 장벽을 통해서도 일정부분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이 사드를 빌미로 한국제품을 기피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에서는 이와 유사한 방식의 성장모델을 채택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역 내 경제주체들이 특별한 제재조치 없이 자유롭게 해외를 포함한 역외와의 자금, 물류 등이 이동 가능한 완벽한 개방경제체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경제가 외부의 도움이 없이 지역 자체적으로 확대재생산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성장메커니즘이 어느 수준까지 작동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지역경제의 자율적인 성장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더구나 관세장벽도 없는 완벽한 개방경제에서 지역의 부(富)가 최대한 지역 내에 머무르며 순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재에서 가공품을 거쳐 최종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역에서 갖추면 된다. 이에 더하여 지역 내 경제주체들의 생산, 소비, 투자활동에 있어서도 지역 산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일종의 ‘비관세장벽’에 해당하는 ‘지역산품애용’ 행동을 생활화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지역에 그러한 기반이 없는 경우다. 따라서 지역에서는 항상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는 도농복합도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농림수산축산 전 분야에서 6차 산업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역 축산농가가 키운 한우를 시장에서 파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도축하여 식육단위로 소매판매하거나 아예 장조림으로 만들어 파는 것까지를 지역에서 하게 되면 전 과정에서 많은 고용과 부가가치가 지역에서 창출된다. 즉 생산-가공-유통의 전 과정을 생산지가 담당할 경우 부가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농수축산물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산업분야 전반에 걸쳐 확장시키면 그것이 바로 지역의 자율적 순환경제모델이 된다. 최근 수중건설로봇 개발 사업이 완료됐다. 앞으로 수중건설로봇 실증 및 확산사업도 추진될 예정이다.

지역 로봇산업의 현실을 생각할 때 개발된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한다는 것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일만대교 건설에 대한 논의도 점차 부상하고 있다. 반면 수 년 전 경북의 전략산업으로 지정된 티타늄산업이 조용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이것을 각자 다른 분야로 인식하지 않고 지역경제의 순환모델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매력적이다. 영일만대교를 건설할 때 이왕이면 현수교 방식으로 설계하고 지역 철강공단의 강판, 메인케이블, 행거로프 등으로 수상부분을 건설하고, 바다에 접하는 교각은 티타늄소재로, 수중작업에는 이번에 개발된 수중건설로봇을 실증 및 확산사업의 일환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그럴 경우 포항은 단순한 다리 하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철강생태계가 확장되고 역내 순환경제가 진일보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