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무

지하철 전동차에서 날마다 만나는 낯익은 듯 낯선 이들이여, 한 시절을 흔들리며 네 앉은 자리 내 앉고 내 앉은 자리 네 앉고 또 너 서 있던 자리 내 서 있고 내 서 있던 자리 넘어서 가는, 한 세월 동안 네 날숨 내 들숨 되고 내 날숨 네 들숨 되는, 가만히 눈 들면 네 눈 속에 내 얼굴 들어 있고 내 눈 속에 네 얼굴 들어 있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눈부처가 아니냐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각을 하면!

날마다 전동차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앉고 서고 눈빛 마주치는 사람들이야말로 생활과 생명의 연대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닐까. 서로 순환하고 소통하면서 구슬처럼 한 줄에 꿰인 타래 같다는 생각을 하며, 서로의 모습을 투영하며 반사되는 이러한 풍경을 보며 시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눈부처가 아닐까 하는 깨달음에 이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