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화편집부국장
정철화
편집부국장

2019년 새해가 밝았다. 황금돼지띠 새해 설날도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새해를 맞아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인사말은 단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복을 비는 문화는 우리 생활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복덩이로 태어나고 명복(冥福)으로 생을 마감한다. 모든 인사말은 축복(祝福)과 만복(萬福)을 기원하는 것으로 맺는다. 그래서 우리는 정초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덕담이 관용어처럼 아무런 거부감 없이 사용한다.

복에 대한 개념은 개인적으로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이래, 동서고금을 통해 수(壽=무병장수), 부(富=재산), 귀(貴=명예)에 대한 염원이 대체로 많은 편이고, 이 가운데서도 富(재산, 돈)를 최고로 꼽는다. ‘부자되세요’나 ‘대박나세요’란 인사말이 자주 사용되는 것과도 통한다.

복이 돈이라는 조건하에서 경제학의 게임이론(Game Theory)으로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의미를 풀이해 봤다. 게임이론은 헝가리 태생의 미국의 수학자 폰 노이만이 1944년에 발표한 이론이다.

이 게임이론은 모든 게임에는 경쟁상대가 있고 경기자는 경쟁상대가 취하는 전략을 감안해 자신의 행위를 결정하며 이를 통해 성과가 각기 달리 나타난다는 내용이다. 게임이론은 게임을 적대적 경쟁관계의 영합 게임(zero-sum game)으로 설명했다. 상대가 취하는 전략과는 관계없이 결과 값이 0이 된다는 것. 즉 내가 100원을 얻으면 상대방은 100원을 잃게 돼 두 사람의 결과 값의 합은 0이 된다는 이론이다.

게임이론에 근거하면 복의 총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어떤 개인이 복을 받았다는 것은 어떤 누군가는 그만큼의 복을 빼앗겼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와 같은 적대적 경쟁은 돈과 권력을 가진 자가 항상 힘없는 약자들의 복을 빼앗아가는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존재한다. 항상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을 뿐이다. 이 게임의 결과는 무조건의 항복이 있어야 비로소 끝이 난다.

상대를 무조건 굴복시키고 말겠다며 여야간에 벌어지는 끊임없는 권력갈등은 마치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을 연상시킨다. 새해 들어 체육지도자의 선수폭행, 국회의원의 직위를 이용한 부동산투기 의혹, 기초의원의 가이드 폭행 물의 등도 불거졌다. 재벌기업의 하청업체 갑질, 기업체를 비롯한 조직의 상사가 부하직원에 벌이는 갑질횡포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는 각종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출세지상주의 등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들이다.

게임이론은 적대적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방이 모두 이익을 얻는 비영합게임(nonzero-sum game)도 있다. 상대방이 취하는 전략에 따라 각 경기자가 받는 결과 값이 0보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는 게임이다. 이 경우 각자가 가져가는 결과 값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과점시장 내에서 카르텔을 형성하거나 노사분규과정에서 타협이 이뤄지는 경우이다.

‘복 많이 받으세요’를 비영합게임으로 풀면 ‘복 많이 나누세요’가 된다. 각자가 가진 복의 일정량을 자신보다 좀 더 못 가진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가진 자들이 아래 단계에 복을 나눠주는 것으로 맨바닥에 있는 힘없는 약자들에게 복이 자연스럽게 나눠진다.

우리의 전통 기복사상은 복 받을 짓을 해야 복이 들어온다는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애초의 덕담은 ‘복을 많이 지으세요’였다. 이것이 현대산업사회의 치열한 경쟁이 입혀지면서 ‘복 많이 받으세요’로 변화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좀더 양보하고, 베풀고 보듬어주는 것이 복을 짓는 일이고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경기에서 승리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