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질론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여 년이 지났으면서도 지방의원의 자질 문제는 좀처럼 숙지지 않아 왔다. 지방의원 스스로가 품위를 잃은 행동을 한데 따른 자업자득의 결과지만 민주주의 꽃이라 하는 지방의회 민주주의 발전에는 걸림돌이 된 측면도 많다.

최근 불거진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중 추태는 국민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기초의회의 존폐를 논할 만큼 쇼킹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캐나다 연수중인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술에 취해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또 다른 의원은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으로 데려가 달라며 생떼를 썼다고 하니 나라 망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죽하면 예천군민이 들고 일어나 군의원 전원 사태를 요구하는 집회까지 벌였을까 싶다.

이번에는 구미시의원의 연수보고서가 다른 지역의원 연수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쓴 것이 밝혀져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우리나라 지방의원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나 싶어 또한번 실망이다. 구미 YMCA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구미시의원 13명이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온 일본 연수 보고서가 전남 광양시의회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토시와 쉼표 하나까지 틀리지 않았다고 하니 의심할 것도 별로 없다. 현장을 방문한 구미시의원의 질의와 도쿄 소방청 관계자의 답변도 광양시의회 보고서 그대로라고 한다. 또 시의원의 연수 보고서는 시의원이 15일 이내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구미시의원들의 개별 보고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연수를 간 것인지 관광을 한 것인지 애초부터 공직자의 의무를 할 생각도 의도조차 없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보고서를 작성을 해야 하는 규정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한 여행사 관계자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지방의회 의원 해외연수의 90%가 외유성 관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방의원들이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연수라 생각하고 연수를 가고는 있는지 의심이 든다. 더욱이 지방의회 의원의 빗나간 해외연수가 자주 여론의 비판으로 떠오르면서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 놀랍다.

예천군의 재정자립도는 15% 수준이다. 전국 241위의 자립성적을 보이고 있다. 자립 능력이 부족한 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관리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이 딴 생각으로 일을 한다면 지방자치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 지방의원 스스로가 자정 능력을 키우고 자질론 시비에 맞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방의 정치는 지방에서 맡아야 지역민의 생각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다. 지방의원 스스로가 각성하지 않으면 자치민주주의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