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편 역사소설 ‘이인좌의 봄’ 펴낸 안휘 소설가
“전국 20여 만명 관여
‘승자의 기록’으로 역사보다
패자의 진실 찾는 일 소중”

‘이인좌의 봄’

한국기자협회 회장 출신으로서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꾸준히 문학작품을 발표해온 안휘(본명 안재휘·본지 논설위원) 소설가가 네 번째 소설책을 펴냈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장편 역사소설 ‘이인좌의 봄’(인문서원). 290여 년 전 경종독살설을 배경으로 발발한 ‘이인좌의 난(일명 戊申亂)’을 치밀한 문체로 따라잡았다. 작가 안휘는 승자의 기록으로 점철된 역사 속에서 전국적으로 20여만 명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사건을 ‘난(亂)’이라고 부르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이 작품을 쓰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안휘 소설가로부터 창작 배경과 작품의 의미를 들어봤다.

-지난 2013년 ‘동해영웅 이사부’ 이래 두 번째 장편 역사소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 이른바 ‘무신난’은 나라 안에 파다했던 영조임금이 왕의 씨가 아니라는 풍문과 왕이 이복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천인공노할 패륜 소문을 참아넘길 수 없었던 열혈 충신들의 불타는 우국충정의 폭발이었다. 공부를 해보니 당시의 봉기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신 대작 후손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단지 치열한 당쟁의 산물이라는 차원을 뛰어넘는 혁명적 요소가 있다는 게 작가로서의 관점이다.

-‘무신혁명’이라는 개념을 동원하고 있다. 노론 대 소론의 극렬한 당파싸움 성격을 뛰어넘는 혁명사상이란 무엇인가.

△ 이인좌가 봉기를 결행할 때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노비들을 모두 방면한 행동에 그 힌트가 있다. 조선은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반상(班常) 제도를 끝내 타파하지 않은 지배층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패망하거나 피폐할 수밖에 없는 나라였다. 소현세자, 광해군에 이어 무신혁명이 그 기회였지만 살리지 못했다. 이 소설은 기발한 작전으로 청주성을 단숨에 점령한 이인좌의 도전과 좌절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인좌의 난’ 또는 ‘무신혁명’이 실패한 원인은 무엇인가.

△ 영조는 등극하자마자 자신을 추종했던 노론 대신들을 처단한 경종 대의 신임사화(辛壬士禍) 주동자들을 모조리 숙청하고 노론 인재들을 중용했다(을사처분). 이때만 하더라도 소론과 남인들은 분기탱천하여 반정(쿠데타)을 일으킬 분위기가 무르익었었다. 그러나 영특하기 짝이 없는 영조가 정미환국(丁未換局)을 통해 완소(온건한 소론) 인재들로 조정 요직을 바꾸면서 봉기의 명분을 일시에 희석해 버렸다. 결국, 이인좌를 비롯한 혁명군의 응집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 그렇다면 봉기를 더 늦추거나 하면 되지 않는가.

△ 그런 말도 있지만, 이미 밀고자들이 나오는 판국에 그럴 형편이 못됐을 것이다. 가정하기는 쉽지 않으나 주저앉았어도 무참히 도륙당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작가로서의 추측이다. 소설 안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장면과 봉기군 대원수 이인좌의 생각과 말 속에 많은 것들이 녹아있다.

-왜 하필이면 처절하게 실패한 역사를 작품 소재로 선택했나.

△ 역사는 철저하게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반쪽 진실에도 못 미칠 것이다. 작가가 상상력을 동원해 역사의 무덤에 덧없이 묻힌 패자의 진실을 찾아내는 일은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같은 작업을 더 해볼 생각이다. 역사소설을 읽고 쓰는 것은 과거로 가는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탐험이다. 그 안에 교훈이 있고, 반성이 있다. 그 교훈과 반성이야말로 제대로 된 미래를 설계해나가는 소중한 재료다.

-조만간 또 다른 장편 역사소설을 출간한다고 들었다.

△ 이르면 다음 달 중에 다섯 번째 소설책, 그러니까 세 번째 장편 역사소설이 나온다. 병자호란 이후 공주로 책봉돼 청나라 황실로 시집보내어진 여인의 처절한 비운을 다룬 책이다. 역사의 노도에 희생된 무구한 한 여인의 애사를 통해 ‘나라’의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집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소설가 안휘
소설가 안휘

※소설가 안휘는

△1953년 경북 문경 출생
△2013 한국스토리문학상 대상(소설부문) 수상
△제34대 한국기자협회장 역임
△창작소설집 ‘광어와 도다리’·‘치와와 실종되다’ 장편역사소설 ‘동해영웅 이사부’(문화부 우수도서 선정)·‘이인좌의 봄’그밖에 문예지 등에 중·단편소설 40여 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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