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단일팀 남측 선수단 귀국

제26회 세계남자핸드볼 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남북 단일팀의 남측 선수단이 2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선수들이 힘을 합쳐 일본을 제압하고 세계선수권에서 승리를 수확한 남자 핸드볼 대표팀이 22일 귀국했다.

조영신(상무)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10일부터 독일과 덴마크가 공동 개최하고있는 제26회 세계남자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24개 참가국 가운데 22위의 성적을 올렸다.

상위권 성적은 아니지만 남자 핸드볼이 워낙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는 데다단일팀이 이번 대회에서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는 점에서 20위권 순위는 어느 정도예상된 결과이기도 했다.

대회 개막을 불과 20일 정도 앞두고부터 남북 선수들이 합동 훈련을 시작해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부족했던 점도 아쉬웠다.

세계 랭킹 19위인 우리 측 선수 16명에 세계 랭킹 자체가 없는 북측 선수 4명이합류한 단일팀은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개최국 독일(1위)을 비롯해 러시아(4위), 프랑스(5위), 세르비아(6위) 등과 같은 A조에 묶이는 ‘대진 추첨 참사’를 겪었다.

4개 조에 6개국씩 편성된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B조는 스페인(7위)의 세계 랭킹이 가장 높았고, C조는 덴마크(3위)가 유일한 10위 이내 국가일 정도로 A조에만 강팀들이 집중됐다.

D조 역시 스웨덴(2위), 헝가리(8위) 외에는 모두 10위권 밖의 나라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단일팀은 독일과 공식 개막전에서 전반 중반까지 접전을 벌이며 1만여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고, 특히 프랑스, 세르비아를 상대로는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다.

조영신 감독은 공항 인터뷰를 통해 “무거운 짐을 등에 졌다가 내려놓은 홀가분한 마음”이라며 “처음 훈련 때부터 ‘포기하지 말자’고 당부했는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선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출국 전에 객관적인 기량이 남측 선수들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북측 선수들의 기용 방법을 놓고 고민이 컸다는 조 감독은 “북측 선수들이 센터백, 레프트백, 라이트백 등 백 위치였는데 아무래도 경기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자리다보니 짧은 시간에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들을 윙플레이어로 기용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소개했다.

단 독일과 개막전에서 득점을 올린 리경송의 경우 농구의 포인트가드처럼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센터백으로도 뛸 수 있다고 판단해 원래 포지션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개최국 독일과 개막전에는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찬 것은 물론 토마스 바흐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이 경기장을 찾아 단일팀 선수들로서는 부담스러운 환경이었다.

조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주문했다”며 “우리 남북 선수들이 많은 관중 앞에서 함께 서로 마음을 맞추고 의지하면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으로서 흐뭇한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종료 10분 전까지 동점으로 맞선 세르비아전이 가장 아쉬운 경기였다고밝혔다.

조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세르비아는 꼭 잡자’고 뜻을 모았고 북측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다소 적더라도 양해해주기로까지 했다”며 “잘 싸우고도 2골 차로 진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에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국가대표를 선발한 조 감독은 “강전구, 강탄, 박광순, 박재용 등 세계선수권에 처음 나간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젊은 선수들을 더 발굴하고, 훈련을 충실히 하면 우리 남자 핸드볼의 국제 경쟁력에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대표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 2월 1일 재개되는 SK코리아리그 경기에 출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