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가 저작권으로 벌어들인 돈은 1조 2천억원이 넘습니다. 작품은 21개 언어 2천600개 신문에 연재하며 어마어마한 팬을 확보합니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창조해 낸 만화가 찰스 슐츠입니다.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별볼일 없는 캐릭터는 어린시절 경험의 반영이죠. 학생 때는 전과목 낙제. 커서는 여성들에게 늘 어정쩡하게 접근하다 대부분 퇴짜를 맞습니다. 평생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삶. 2차 대전 때 포병으로 참전하는데, 강아지가 다칠까 봐 적의 진지를 포격하지 못한 심약한 사내. 숱한 좌절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만화를 그립니다. 자신의 만화를 팔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신문사와 잡지사를 전전하지만 모두 거절당하죠.

나이 28세에 첫 만화가 팔립니다. 이후 10년 동안 인기없이 그럭저럭 생계를 유지하는 삼류 만화가의 삶이었지요. 1960년 마침내 그의 만화에 ‘스누피’가 등장하면서 돌연 슐츠의 작품은 빛나는 태양처럼 세상에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후 슐츠는 5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만화를 연재합니다. 홀로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도판을 완성해 넘기는 방식으로 50년 동안 그린 코믹 스트립(Comic Strip)은 1만7천897개. 참고로 50년을 365로 곱하면 총 1만8천250일입니다. 숙연해 지는 순간이지요. 별볼일 없는 외톨이 만화가의 별볼일 없는 주인공들. 하지만, 이들이 쏟아내는 끝없는 이야기는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싸주고 품어주었습니다.

50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재를 하며 찰스 슐츠가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철칙이 있었습니다. 미리 준비하기. 하루 연재는 3~4컷이 필요합니다. 마감일 6주 전에 끝내기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냅니다. 8~10컷이 필요한 일요일 판을 위해서는 10주 먼저 작업을 끝내는 치밀함을 평생 유지했습니다. 슐츠는 죽음의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았습니다. 1999년 12월 말, 대장암이 악화되어 더 이상 만화를 그릴 수 없었지만 6주 미리 그려 놓은 작품들로 죽음과의 싸움을 벌이는 한달 반 동안 꾸준히 연재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 2월 12일 마지막 신문 초판이 나오기 한 시간 전에 찰스 슐츠는 세상을 떠납니다.

불꽃 같은 삶을 태우고 간 별볼일 없었던 이 남자는 오늘 그대와 나에게 속삭입니다. “만약 그대가 신이 부여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재능을 배은망덕하게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