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급한 실업급여 총액이 통계를 공개한 2010년 이후 사상 최대치인 약 6조7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일자리 상황 악화에 따른 실업자 수 증가다. 실업급여의 급증은 결국 고용보험 기금의 부실화로 인해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순기능에 취해 방치할 때가 아니다. 고용 및 임금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현실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최대인 107만3천 명이나 되고, 실업급여 지급액은 전년보다 1조4천450억 원(약 27%) 급증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도 139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11만8천400여 명(9.3%)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종사자들의 실업급여가 전년도 대비 58.1%나 급증했고, 연령대별로는 50·60대의 실업급여가 두드러졌다.

혹독한 불경기 속에 무참하게 단행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대란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이미 누차 나온 바 있다. 올해 역시 10.9%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까지 감안하면 고용현장에서는 약 33%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 영세 상공업자들과 자영업자 등은 직원을 내보내고 가족끼리 일하는 등 궁여지책을 써보지만 이도 가당찮다. 사업 존폐의 기로에 서서 질러대는 서민들의 온갖 비명이 하늘을 찌른다.

요즘 젊은이들 말을 들어보면, 하루 4시간짜리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실업급여 신청 추세에서 나타나듯이 최근에는 40~60대 중장년들마저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프랑스처럼 자칫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갈등마저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실업급여’는 정리해고 등으로 원하지 않게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재취업을 준비하도록 지원하는 일차적인 사회안전망이다. 정부 당국의 분석처럼 고용보험 가입자와 기준액이 동시에 늘면서 지급액 총액이 증가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과속 인상과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이야말로 최악 실업과 일자리 급감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이 명징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생각을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 정책이 제아무리 좋은 보약이라고 해도 우리 산업계, 특히 이를 감당해야 할 중소 영세사업자들이 소화하지 못해 지독한 배앓이에다가 설사까지 하고 있다. 알바생 월급 올려서 경기 살린다는 헛소리가 안 맞으니 이젠 나랏돈 퍼 돌려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따위의 발상이라면 이 나라 경제는 참 큰일이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교조주의가 민생을 빠른 속도로 파괴하고 있다. 고용 및 임금정책 대수술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