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신광면 전원주택으로
엽총 추정 총알 여러발 날아들어
벽면 손상되고 방충망까지 뚫어
피해주민 “내가 맞을 수도 있었다”
무방비 노출에 불안감 호소
엽사들, 규정 제대로 지키지 않아
수환수렵장 인근 민가 ‘위험천만’

제보자 A씨가 총알이 튀어 벽이 손상된 곳을 가리키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제보자 A씨가 총알이 튀어 벽이 손상된 곳을 가리키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포항지역 수렵구역 내 민가가 위협받고 있다. 엽사가 쏜 총알이 집으로 날아드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20일 경북도에 따르면 포항을 비롯한 경주·영양·영덕·울진 등 총 5개 시군 3천355㎢이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순환수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2월 말까지 운영되며 5개 시·군에 수렵 승인을 받은 엽사만 1천702명이다.

시·군별로는 경주가 500명으로 가장 많고 영덕 407명, 포항 403명, 울진 202명, 영양 190명 등이다. 이들은 시·군으로부터 총 4억9천만원어치(포항 1억700만원·경주 1억6천만원·영양 및 울진 각 5천500만원·영덕 1억1천300만원) 포획승인권을 구입했다.

최근 본격적인 수렵이 시작돼 엽사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주민들의 두려움도 커가고 있다. 굉음을 내는 총성은 물론이고, 도로로부터 600m 이내, 도시지역, 야생동·식물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에서 수렵이 금지된다는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포항시 북구 신광면의 한 전원주택으로 엽사가 쏜 것으로 추정되는 총알이 날아드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피격으로 이 주택 벽면이 손상되고 방충망이 뚫리는 등 자칫 사람이 맞았다면 큰 인사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역민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사고를 겪은 A씨는 “방충망이 뚫린 방향이 정확히 내가 일하던 부엌 정면이었다”며 “만약 그곳에 서 있었다면 내가 총을 맞아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손자들을 다시 못 볼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손이 떨리는 등 가슴이 아파왔다”고 말했다.

제보자 A씨와 출동한 경찰들이 발견한 총알 중 하나.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제보자 A씨와 출동한 경찰들이 발견한 총알 중 하나.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신광면을 중심으로 불안의 목소리도 커가고 있다.

한 지역민은 “사람이 총에 맞을 뻔하다니 끔찍하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면서 “범인을 잡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조사한 결과 벽에 총알이 튀어 손상된 자국과 함께 총알 4∼5발을 추가로 발견했다.

총기 사고가 난 당일에는 포항시 전체에 15정의 총기가 수렵용으로 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권순원 경위는 “CCTV 영상은 확보한 상태”라며 “엽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사냥개 2마리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총기 전문가는 “큰 소리가 난 점 등을 보아 공기총이 아닌 엽총일 가능성이 대부분”이라며 “총알 크기로 봐선 꿩 같은 조류를 표적으로 한 것 같지만 왜 민가로 쐈는지, 왜 그 장소에서 쐈는지, 실수였는지 등 정확하고 심도있는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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