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손혜원 스캔들을 논하려면, 아무래도 청와대의 국채발행 장난질 실체를 고발한 신재민 전 사무관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누가 뭐래도 손혜원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해프닝에 앞장서온 더불어민주당 친문 강경파다. 웬만한 사람들은 손혜원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를 다 안다. 적어도 민주당 안에서 손혜원의 언행을 제어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없다. 신재민 폭로사태가 벌어졌을 때, 손혜원은 야속하리만치 앙칼지게 물어뜯었다. 자식 같은 사람에게 왜 저러나 했다. 그런데,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예고한 뒤 한 모텔에서 발견돼 입원하고 난 다음 손혜원이 그에 관한 비방글들을 삭제하면서 올린 글을 읽다가 소름이 쫙 끼쳤다.

손혜원은 “신재민 씨 돈 의혹 글을 내린 건 그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강단 없는 자라서 거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글을 내린 이유가 ‘(신재민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강단 없는 자라서’였다는 것인데, ‘죽지도 못하는 놈이라서’로 읽힐 여지가 많아 인면수심(人面獸心)마저 떠오르게 한다.

정부재정정책 의사결정과정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바른말을 하고 나선 아들 같은, 또는 조카 같은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모진 마음으로 잔혹한 언어들을 내뿜을 수 있을까 안타까웠다. 야구 감독 선동열을 불러놓고 내뱉은 그의 언어 또한 ‘예의’하고는 거리가 멀었었다. 최근 불붙은 목포 근대문화역사공간을 둘러싼 전형적인 투기행태를 놓고도 손혜원은 무지막지 ‘배 째라’ 행태다.

국회 파견판사를 통해 지인 재판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견판사를 만난 기억이 없다고 사뭇 오리발이다. 검찰은 서 의원이 2015년 국회 파견판사를 국회의원실로 불렀다는 사실과 당시 파견판사가 ‘청탁’ 내용을 임종헌 행정처 차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확보했다. 서 의원에 대해 겨우 서면 조사만 했다는 검찰은 이리저리 핑계만 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서 의원의 지인 아들이라는 해당 피의자가 누범(累犯)임에도 500만 원의 벌금형만 받았다는 사실이다. 청탁의 기록이 선연하고, 죄목변경은 안 됐어도 불법 로비였다는 혐의가 넉넉하다. 그런데 서 의원은 갑자기 치매환자 놀음이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며 재판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변명과 엇비슷하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최근의 손혜원·서영교 ‘쌍끌이’ 논란을 “김정숙 여사를 믿고 설치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하며 ‘김혜교 스캔들’이라고 명명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영부인의 친구라는 위세를 얻고 자기의 사익을 추구한 게 아니냐는 점이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의혹의 본질”이라고 정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손 의원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숙명여고 동창 인연을 거론하며 “이번 사건은 초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판이 아무리 혼탁해도 지켜야 할 예의와 선이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자리에서 돌직구를 던진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에게 ‘예의’를 가르치려 들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단언하거니와, 기자가 예의를 다 지키면 기자가 아니다. 게다가 김 기자의 질문은 대통령에게 거북할지언정 예의 없는 질문은 아니었다. 도대체 이 정권과 여당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야당 시절 자기들이 했던 온갖 ‘싸가지 없는 진보(강준만 교수의 책 제목)’ 행태는 다 까먹었는지 지금은 왜 뜬금없는 치매 흉내에다가 ‘예의’ 타령인지 모르겠다.

같은 죄목으로 전 정권 실세들과 공무원들까지 다 잡아넣은 정권이 벌이는 ‘직권남용’, ‘직무유기’ 행태가 가관이다. 아니, 그 이면에 도사린 ‘내로남불’, ‘후안무치’ 의식이 무슨 행패를 더 양산해낼 것인지가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