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유치전이 뜨겁다. 구미지역뿐 아니라 경기 용인, 이천, 충북 청주 등 관련 지자체마다 SK하이닉스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10년간 120조 원이 투자되는 대형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산자부 업무보고에서 밝힌 ‘제조업 활력 회복과 혁신 전략’에 포함된 사업으로 반관반민의 형태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고용창출 효과가 1만 명 이상 이를 것으로 보이며, 경제적 파급효과도 수십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목숨을 걸어도 좋을만큼 지역산업에 미칠 영향이 큰 사업으로 연초부터 유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형국이다.

경북도와 구미시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유치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특히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도 용인시는 수도권 인프라 강화를 내세워 적극 유치의사를 보이고 있다. 또 이천시는 SK하이닉스 본사 소재지라는 점을 들어 유치의 당위성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충북 청주는 경북 구미와 같이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장세용 구미시장은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까지 날아가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를 만나는 성의도 보였다. 그러나 유치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각오 뛰어야 한다. 대형 사업의 유치에는 명분과 실리가 동시에 실려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시와의 공동 전략은 필수적이다. 15일 구미에서 열린 SK하이닉스 구미 유치전략 회의에서 경북도, 구미시, 대구시가 상생협력을 위해 공동 전략을 펼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대구와 경북은 이미 양쪽 광역단체장이 근무지 교환 근무를 벌이면서 높은 상생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구미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유치에 대구시가 가세한다면 유치의 명분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대구와 구미는 광역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구미의 부족한 부분인 정주 여건과 인력의 문제를 대구가 보완해 준다면 수도권 못지않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바라는 명분에서 대구와 구미의 협력은 대외적인 효과도 있는 일이다. 실리측면에서는 공단 분양가의 파격적 혜택 등이 검토돼야 하는 것인데 이는 지역 지도층의 결단이 중요하다.

구미는 최근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조직의 일부가 수원으로 빠져나가는 등 이어지는 대기업의 지역 이탈 현상으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구미 유치가 절박한 것도 날로 심각해지는 구미산업의 공동화 현상 때문이다. 구미는 경북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며 대구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구경북의 상생과제이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대구도 함께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