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역의 새 관문공항으로 설정된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대구와 경북, 부산과 울산·경남 간의 신공항 유치전이 재폭발 전야로 치닫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6일 울산에 모여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같은 날 교환근무에 나선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역 상생 최대 과제인 통합 신공항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다졌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는 16일 오전 11시 반 울산시청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검증단’ 보고회를 마친 뒤 공동입장문을 내고 “김해신공항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입장문에서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추진계획은 기존 공항의 확장에 불과해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국토부장관에게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제대로 된 관문공항으로 정책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국토부장관이 부울경 단체장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국무총리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최종 판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혀 정치적 압박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같은 날 교환근무를 하며 통합 신공항 추진 의지를 되새겼다. 대구시장이 된 이 지사는 특히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먼저 확정되면, 부산이 가덕도 신공항을 만드는 것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경북도 공무원과 가진 대화를 통해 “통합 신공항은 대구와 경북의 미래”라면서 “조만간 최종 후보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울·경의 노골적인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으로 후보지 확정만 남겨둔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가로막을 걸림돌 출현 가능성이 농후해진 셈이어서 대구·경북으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두 지역의 오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이 자칫 백지화할 경우 대구통합공항 이전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각각 추진되게 돼 또다시 우선순위 결정을 위한 극심한 지역갈등이 재연될 게 뻔하다.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자체적으로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 최종보고회를 연 국토부는 공람공고 등 고시를 거쳐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실시설계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초 착공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부·울·경이 이 계획에 ‘박근혜 정권 공항정책 농단’이라는 이름으로 포퓰리즘적 적폐 청산 올가미를 덧씌우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정책을 과도한 지역이기주의의 광풍으로 뒤집으려고 하는 행태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다. 정부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또다시 ‘무한소모전’을 획책하는 못된 정치 행위는 자제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