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광화문 대통령시대, 탈원전정책, 소득주도성장, 적폐청산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들이 순차적으로 파기되거나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새해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1호 공약’인 광화문 집무실 이전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지지자 가운데서도 “광장으로 집무실을 옮겨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당초의 취지를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려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파기하고 공식 사과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의 숨통을 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 공약의 파기에 “한숨돌렸다”는 반응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앞서 2017년 10월에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종합권고안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 중단이라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됐음을 확인하면서도 공약의 기본 정신과 정책기조만큼은 확고히 지켜나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새해들어 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론이 제기되자 탈원전정책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기술력, 국제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며, 기자재, 부품업체의 어려움을 정부가 귀 기울이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침체된 원전산업에 대한 지원방침을 강조했다.

달리 해석하면 탈원전정책이 원전산업에 미친 악영향을 일정부분 인정한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기자회견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해 경제가 침체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 현재의 경제정책 기조를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지역민들은 “아직도 밑바닥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무조건 지키라고 해선 안된다. 공약 가운데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문제는 잘못됐다 생각하면 빨리 결정을 내려 철회하고, 새롭게 방향을 잡아나가는 게 옳다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으로 매우 곤혹스런 지경에 처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의 사법농단을 강하게 비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민주당도 다를 게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체적인 정황까지 확인돼 이전 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넘어선다.

이처럼 문 대통령의 잇따른 공약파기와 여당 의원의 볼썽사나운 실태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탈하는 민심을 제대로 받아챙기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의원들은 당권의 향방을 가르는 전당대회에 온신경이 쏠려있다. 내년 총선에서 누구에게 줄을 서야하나가 최대 관심사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하자 당내외가 시끌시끌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도로 친박당, 도로 탄핵당, 도로 병역비리당이 되지 않도록 한국당 관계자들과 당원들이 함께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쯤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나’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경제실정에다 잘못된 처신으로 욕 얻어먹는 여당보다 더 딱한 야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