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대권·당권에 대한 설왕설래가 깊어지고 있다. 다음 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구도를 놓고 오만가지 시나리오가 판을 친다. 갖가지 경우의 수를 들먹거리며 또다시 ‘인물 중심’의 구닥다리 정치행태로 일반의 관심을 자극하는 언행이 판을 친다. 자유한국당은 아직 대권·당권놀음에 빠질 때가 아니다. 도대체 뭐 하나 제대로 달라진 것도 없이 이래서는 안 된다.

황 전 총리의 입당은 한국당 당내는 물론 외부에 때 이른 당내권력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황 전 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국가적 시련으로 국민들이 심려를 갖게 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함께 일한 모든 공무원에 대해 적폐란 이름으로 몰아가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최근 밀실 공천 폐해를 없애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면서 ‘슈퍼스타 K’ 방식의 공개오디션으로 15곳의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선출했다. 그 결과 청년과 여성 등 젊은 정치 신인들이 9곳에서 전·현직 의원들을 꺾어 젊은 바람을 예고한 것은 긍정적인 작은 변화다. 하지만 한국당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아직 싸늘하기 짝이 없다.

황교안 전 총리의 입장도 명쾌하지 않다. 그저 인지도가 높고, 대안부재에 따른 부가현상으로 지지도가 좀 높다고 해서 민심 흐름 자체를 오독(誤讀)해서는 안 된다. 아무것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채 대권·당권놀음에 빠지면 무엇보다도 고질적인 친박·비박 패거리 다툼이 재연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국민의 뇌리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국정농단과 탄핵 비극의 충격을 그냥 둔 채로, 그 주연 조연들이 다시 후안무치한 정쟁을 벌인다면 국민들의 신망은 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개연성이 높다.

한국당이 뭐가 달라졌는지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무슨 비전을 다시 세웠는지, 이념좌표는 시대정신에 제대로 맞추었는지를 정리하여 내놓고 민심 동향을 헤아리는 것이 순서다. 문재인 정권과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서툰 ‘적폐 청산’ 장난질의 실상을 조금씩 알게 된 국민들의 분노 틈새를 비집고 자신들의 치명적인 허물과 약점들을 미봉한 채 다시 권력 쟁탈전에 나설 요량이라면 오직 필패의 쓴 잔만 예정돼 있을 따름이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반성하고 거듭났다는 증거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권력의 관성에 취해 호시탐탐 옛 영화의 복귀만을 노리는 꼼수들만 무성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권력 쟁패의 용광로 속으로 무작정 달려 들어가는 이 모습으로는 결코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 모습으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