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산악인이 있습니다. 배낭을 꾸릴 때마다 너무 무서워 운다고 하지요. 장비를 풀고, 다시 눈물을 흘리며 장비를 꾸리는 일을 반복합니다. 라인홀트 메스너. 오스트리아 남티롤 출신의 세계 최고의 산악인, 철학자, 예술가입니다. 자랑삼아 산에 오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만 오롯이 누릴 수 있는 감격에 취해 산을 오릅니다.

메스너는 8천m 이상 14개 정상을 모두 등정한 최초 인물입니다. 쉐르파 도움 없이 혼자 무산소 등정으로 완등합니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 비용을 충당합니다. 산악인들이 정상에서 스폰서 로고와 국기를 펄럭이는 사진을 찍습니다. 메스너는 오직 손수건 한 장을 흔들며 말하지요. “나의 국기는 손수건이다.” 산을 오르는 데 무슨 국가 간 경쟁이 필요하냐는 표현입니다.

1970년. 동생 퀸터와 함께 낭가파르바트의 정상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눈사태로 동생을 잃고, 악천후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집니다. 이때 발가락 6개를 절단했죠. 야망을 위해 동생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을 오랫동안 견뎌야 했습니다. 7년 후, 홀로 낭가파르바트로 떠나기로 결심하며 메스너는 말합니다. “이 고독감을 그곳에 묻어 버리든지 아니면 고독감이 나를 쓰러뜨리든지 둘 중 하나!” 어리석은 저는, 히말라야 등반하는 분들을 보며 측은한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면 간단할 것을 그리 몸으로 올라가야 하나 의문을 품었지요. 간단한 이유였습니다. 헬기로 정상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압 차이 때문에 폐에 순식간에 물이 차 죽게 된다고 하더군요. 자연은 손쉽게 얻고자 하는 이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보여주지 않는 법입니다.

메스너는 고백하지요. “정상이란 분명 산의 꼭대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종점,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 만물이 생성하고 그 모습을 바꾸는 지점. 이 지점은 적어도 상징직으로 세계가 ‘무’로 바뀌는 곳으로 모든 것이 완결되는 끝이며 마력이나 자력처럼 나를 끌어 당긴다.”

그대는 지금 어떤 산을 오르고 계신가요? 그럭저럭 즐거운 산행으로 만족하고 있는 걸까요? 눈물이 핑 돌만큼 두려움에 떨리지만, 위대한 삶, 저 높은 최고봉이 줄 지고의 경험을 향해 모든 것을 불태우고 있는 중인가요? ‘위대함’이란, 몇몇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 번 밖에 없는 내 삶에 주어진 특권이자 삶의 목적임을 잊지 않기로 다짐하는 새벽입니다.

/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