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한동대 교수
김학주한동대 교수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주가지수인 S&P 500의 경우 주가가 하루에 1% 넘게 움직인 날이 2017년 한 해 동안 8번밖에 없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한 달 동안 9번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변동성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우선 애플 실적 하향조정의 주요인이 중국 판매 위축 때문이라는 소식이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이 흔들리며 시장을 강타한 것이다. 중국 내 자동차 및 주택 판매도 감소했고,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을 하회하는 등 탄력을 잃는 모습이다. 그동안 중국경제는 투자 사이클에 의해 좌우됐는데 이제는 소비까지 멍이 들었고, 그 결과 재고를 줄이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최근 나타난 한국의 수출감소도 글로벌 재고 감축의 증거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의 이기주의로 인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소비가 위축되고, 그것이 미국기업의 실적까지 타격을 주었다. 즉 미국조차도 트럼프 정책의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시진핑과 화해할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여기에 중국정부도 부양책 카드를 꺼내고 있다. 또한 미국 중앙은행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너그러운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작년 연말 미국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내리면서 시장에 깜짝 선물을 줄 수도 있다고 예상했는데 벌써 그런 이야기가 시장에 흘러 나오고 있다.

이렇게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낙관하는 쪽이 있는 반면 미-중 갈등의 요인이 구조적이고, 글로벌 재고감축의 고통도 이제 시작이라고 경계하는 측이 갈리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행스럽게 긍정론이 힘을 얻으며 증시에서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증시의 진짜 바닥을 이미 본 것일까? 그렇게 속단하기는 이르다. 역사적으로 증시가 무너졌을 때 반토막났다가 2배 올라서 제자리로 오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다. 그 기간이 과거에는 7~8년 걸렸다가 리먼사태 때는 3∼4년으로 짧아졌다. 그만큼 강한 정책으로 개입했던 결과다. 그런데 지금 미국 증시는 전고점 대비 17% 가량 조정받았다. 코스피 조정폭도 22%에 불과하고, 조정 기간도 아직 4개월 정도다. 물론 지금은 과거와 달리 모르는 문제들이 별로 없어 대처가 빠를 수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기대하는 미국, 중국의 부양책이 얼마나 더 나올 수 있는지, 또 그 부작용에 대해서 의심할 필요가 있다. 사실 리먼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수 있었던 요인은 미국에서 풀린 자금 가운데 1조달러 가까이 중국으로 와서 투자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스스로 4조 위안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 타버린 경제다. 더욱이 그 당시 무리한 투자로 인해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무모한 부양은 없을 것이다.

미국도 온갖 부양책을 써 자산가격을 올렸지만 부자들만 기뻤을 뿐 전반적으로 소비가 확대되는 낙수효과는 없었다. 즉 이제는 부양을 해도 부의 불균형만 확대되는 셈이다. 그럴수록 경기 부양책을 쓰기는 어려워진다. 무너진 주가는 언젠가 전고점까지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기다려보겠다고 마음을 먹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평생 저축해서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 15년 정도임을 감안할 때 증시가 무너질 경우 회복까지 기다려야 하는 7~8년, 또는 3~4년이 부담스러운 기간임에 틀림 없다. 따라서 투자시기를 가리는 것은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증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가 만들었다. 기업실적보다는 유동성이 증시 거품을 만들었으므로 예단할 수 없고,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후 따라가는 것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