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경주시장
주낙영
경주시장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역 경제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큰 틀에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경주 시민들이 입고 있는 피해는 너무나 크다.

당장 월성 1호기 폐쇄로 세수 432억 원이 줄어들고, 원전종사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 여파로 연관 산업의 침체는 물론, 소비감소로 이어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나머지 5기의 원전까지 계산하면 피해액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국가로 치면 존망이 위태로운 긴급비상사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이 너무 미흡하다. 최소한 원전 지역 주민들이 입을 피해를 예상해 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자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으로 탄생한 정부 아닌가.

사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문제다. 중수로방식을 택하고 있는 월성원전은 경수로와 달리 수시로 많은 핵연료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항구적인 중간저장시설이 없기 때문에 원전부지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지어 보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국 핵폐기물의 50% 이상이 월성원전에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존의 임시저장시설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저장시설을 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계획대로라면 2016년까지 전용 중간저장시설을 지어 임시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옮겼어야 하지만 아직 부지선정조차 못한 상태다.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봐선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중저준위보다 방사능누출 위험이 큰 고준위폐기물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를 미루려고만 하지 말고, 경주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화석연료와 같이 핵연료폐기물에 대해서도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해 방사성폐기물 보관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성의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대책만을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어 지난해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가 출범했다. 우리 시에서도 지역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과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탈원전으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대책과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더 이상 경주시민이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금전적 보상만이 전부가 아니다. 원전을 대체할 새로운 신성장동력 마련도 꼭 필요하다. 1983년, 처음 월성원전이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36년이 지났다. 적어도 몇 십 년은 먹고 살 장기적인 비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현재 논의 중인 원전해체기술연구소와 제2원자력연구원 등 관련 기관이 경주에 둥지를 트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했던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산업단지도 반드시 경주에 들어와야 한다. 경주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그래야 경주가 산다.

경주 시민들은 원전 6기와 방폐장을 안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협조해 왔다. 오직 국가를 위한 희생이고 헌신이었다. 또 한 번 희생을 요구한다면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 이제 생존의 문제까지 왔다.

이런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다보면 자다가도 수시로 깨는 날이 부지기수다. 잠에서 깨어 탈원전 문제 해결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다시 잠들기 어렵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시민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에 편안히 잠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불면의 밤은 시장 혼자만이 아닌 경주시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경주 전체가 제대로 잠 못 이루고 있다.

밤잠을 설쳐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매일 밤을 새울 각오가 되어 있다. 경주 시민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부가 경주시민의 고통을 공감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주어야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값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가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며 밝힌 내용이다.

덧붙여 “탈원전정책이 마무리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이 넘게 걸리고, 그때까지 국민의 안전이 끝까지 완벽하게 지켜지도록 하겠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주에서는 정반대로 국민의 생존권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다.

결자해지(結者解之). 과거,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에너지정책을 위해 정부는 경주를 선택했다. 결국 지금의 에너지전환정책으로 발생되는 문제의 해법도 경주에서 찾아야한다. 경주시민이 피해를 입고 외면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제대로 지켜주어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고 국민들이 원하는 나라다운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