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동물관련 공무를 담당하고 있는 모 박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라벌대 경주개동경이연구소에서 기르고 있는 경주(慶州)개 원종의 생식세포(정액)를 보존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보존가치가 있는 동물들의 정액과 난자를 얼려서 보관해두어 혹시나 모를 멸종위기에 대비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생식세포를 보관하고 새로운 자손을 만들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을 찾는 연구. 그는 이런 연구가 비유하자면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서라벌대 교내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주개와 그 자손들 2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경주개들은 진돗개처럼 보이지만 꼬리가 없거나 매우 짧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도자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 고려시대 도자기와 조선시대 도자기를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처럼 꼬리만 감추면 경주개와 진돗개를 일반인들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삽살개도 프랑스가 원산지인 브리아드와 함께 보면 구분할 수 있는 일반인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원산지와 종이 다르지만 구분하기 어려운 비슷한 모양의 개들이 있는 반면 세계 반려동물 개 품종들은 극단적으로 다양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지난 칼럼에 소개한 티베탄마스티프는 몸무게가 100㎏, 티컵푸들은 2㎏이다. 지구상 동물들 중에 몸무게가 50배나 차이나는 동물은 개밖에 없다. 또한 개들은 각기 다른 신체 크기와 비율, 털 모양과 길이, 털 색깔, 피부, 꼬리모양, 행동의 개성 등에서 매우 다양함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개들의 크기와 몸무게의 큰 다양성에 주목하여 성장인자 유전자1(insulin-like growth factor1 gene, IGF1)로부터 유전적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개과 동물인 늑대, 여우, 코요테들과 함께 크고 작은 다양한 개들의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소형견들에 있는 IGF1 변이체는 대형견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며, 늑대, 여우, 코요테에서는 더 드물게 발견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IGF1 유전자의 형성은 개(dog)의 골격 크기와 관련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예기치 않았던 연구결과가 발표된다. 놀랍게도 중동지역의 회색 늑대(gray wolves)는 소형견에서 발견되는 것과 매우 유사한 IGF1의 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전 세계의 소형견들의 ‘공통 조상(common ancestor)’이 아마도 중동지역에서 살았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개와 늑대의 공통조상인 개 종류로부터 개과동물의 종들로 종분화(speciation)되었다고 보는 학자들은 노아의 방주에 늑대와 개의 공통조상이 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형견의 공통조상은 중동의 어느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과 함께 이동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지금의 품종들이 만들어졌다는 학설은 이런 내용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동훈
이동훈

한국개들이 중동지역에서 처음 왔는지, 중국에서 왔는지, 한반도에 있던 늑대로부터 시작된 것이 처음인지 앞으로 더 살펴보겠지만 적어도 노아의 방주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한국개들과 외국의 품종개들은 타고 있지 않았다. 아마 회색늑대와 개의 공통 조상이 타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한국개들을 포함한 품종개들은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서 수많은 종류가 생겨난 것이다. 현대의 품종개들이 인간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선천적 또는 후천적 결함과 심각한 질병을 가지게 되었다. 품종화의 의미는 다른 말로 특정한 돌연변이가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18년 무술년 개의 해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에 서라벌대가 보유한 경주개들을 태웠다. 1910년 경술국치의 치욕과 함께 일제의 공권력에 무참히 도살당하여 멸종위기를 겪은 한국개들이 2030년 경술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게 될까?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