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 교감, 내가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학생들 중에 한 두 명은 영 재미없어 하는 것 같아서 학생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신학기에 수업하는 거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산자연중학교에는 마을인성전담 교사들이 계신다. 이분들은 호칭에서도 알 수 있듯 인성교육을 전담하시는 교사다. 이 수업이 특색있는 것은 수업을 담당해 주시는 교사들이다. 인성전담 교사들은 바로 마을 어르신들이다. 학교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을 인성전담 교사로 위촉해 매주 목요일 인성교육을 부탁드리고 있다. 어르신들은 30분 수업을 위하여 일주일 간 수업 준비를 하신다. 몇 몇 분은 당신의 재교육을 위해서 향교 한학 강좌에 등록하시어 전문적인 공부를 하시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교무실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된다.

지난 주 겨울 방학을 맞아 인성전담 교사 동계 연수회를 가졌다. 시작 부문의 인용은 인성전담교사 중 한 분이 필자에게 하신 말씀이다.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이나 수업에 대한 의지는 필자를 늘 부끄럽게 만든다. 그 부끄러움은 필자를 움직이게 하는 큰 동력이 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 수업 덕분에 예의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께서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행이고 ….”

연수 내내 선생님들께서는 당신들의 2학기 수업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하셨다. 결론은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그리고 다음 학기에 대한 희망찬 각오였다. 모두 칠순이 넘은 연세이지만, 그 열정만큼은 일반 교사보다 훨씬 강했다. 연수 자리에서 우리나라 교육 이야기들이 여러 가지 나왔다. 안타깝게도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이야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일선 학교의 수업붕괴 이야기와 학부모들의 도가 넘는 교육 월권(越權) 이야기는 굳이 이 자리에서 말하지도 않아도 알 것이다. 연수 동안 필자의 마음은 여러 번 무너졌다.

대한민국 교육 발전을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으로 연수회에서 나온 어느 일본 학부모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체험 장소에 도착하여 여러 가지 활동을 하던 초등학생 한 명이 신기한 꽃을 보고 담임선생님께 꽃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꽃에 대해 설명을 해주지 못했다. 아이는 집에 가서 담임선생님이 식물 이름도 모른다고 불평을 하면서 아버지께 꽃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이의 아버지는 식물학자였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필자는 만약 우리나라 학부모였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 지를 생각해보았다. 순간 필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여러 가지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할 때 필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를 위한답시고 아이보다 더 흥분해서 선생님을 비난했다. 필자의 잘못된 말 한 마디와 태도가 선생님과 학교의 이미지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그 때는 왜 생각을 못 했을까. 필자의 말과 행동을 보고 필자의 아이는 자신의 선생님에 대해서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필자야말로 교육 붕괴의 주범이라는 자괴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식물학자인 일본 아버지는 과연 어떻게 행동하였을까? 그 일본 아버지는 필자와는 전혀 달랐다. 아이에게 자신도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고, 학교에 가서 다시 선생님께 정중하게 여쭈어보라고 말했다. 사람은, 그것이 교사라고 해도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조심스럽게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식물에 대한 정보도 공유를 하였다. 과연 이 일본 아이는 선생님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필자는 이 자리를 통해 그 동안 잘 알지도 못하고, 아이 앞에서 험담을 한 모든 선생님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