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까지 제대로 붓을 잡아본 적 없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불화가 심해지자 집을 떠나 홀로 서기를 시도합니다. 28세에 비로소 첫 그림을 그립니다. 새로운 세상에 눈뜨지요. 그림이야 말로 자기 길이라는 것을 마침내 알아차립니다. 혼자 묵묵히 그리며 스스로 가르치고 홀로 배우기 시작합니다. 고독하게 캔버스와 씨름합니다. 동생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심지어 그는 밤에도 모자 위에 초를 올려놓고 그 촛불 아래 그리기도 했습니다. 작품은 팔리지 않습니다. 화상이었던 동생이 애써 노력해도 세상은 낯선 그의 그림에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평생 딱 한 점이 팔립니다. 붉은 수수밭이라는 격렬한 그림입니다. 안나 보쉬가 400프랑을 지불했습니다. 그 동안 쓴 물감 비용을 충당하기조차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팔리지 않는 그림이 쌓여 갈 때 절망 가운데서도 그는 결심합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치면서 그림을 그려본들 넌 화가가 아니라고 내면의 목소리가 말할 때, 그 목소리를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다.”

37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8년 동안 유화 900점, 스케치 1천100점을 남깁니다. 1주일에 평균 유화 두 작품을 8년 연속 그려내는 무서운 작업량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동생이 보내주는 돈에 의지해 자신과 고독한 싸움을 하던 남자는 이렇게 편지합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괴벽스러운 사람, 사회적 지위도 없고 앞으로도 갖지도 못할 한마디로 최하급 사람…그래. 좋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언젠가는 내 작품을 통해 그런 보잘 것 없는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보여주겠다. 그것이 내 야망이다.”

빈센트 반 고흐이야기지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 빛나는 꿈을 향해 자신을 온전히 던지는 삶이란 과연 어떠해야 함을 고흐는 삶으로 우리에게 보였습니다. 그 야망은 백년 후 보란듯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진리가 세 단계를 거친다고 말합니다. “첫 단계에서 조롱당하고 두 번째 단계에는 심한 반대에 부딪치고 마지막으로 자명(自明)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우리 안에 가슴 뛰게 하는 꿈이 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저와 그대의 2019년 이기를 기도합니다.

/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