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포항~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된 2016년 6월말 포항, 경주, 울산 3개 지역 간 상호 협력강화를 위한 해오름동맹이 출범한지도 벌써 3년차에 들어섰다. 그동안 문화, 예술, 관광 등의 부문에서는 공연, 여행상품 등 일부 성과를 보였지만 3개 지역 모두 참여할 만한 대형 사업의 발굴은 아직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해오름동맹의 사업청사진을 삼각형 형태로 표현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이고도 물리적인 이들 지역의 공간지리적 분포가 남북으로 일직선상에 놓여있어 포항~울산, 포항~경주, 울산~경주처럼 2개 지역 간 협력은 수월하지만 3개 지역이 함께 참여해 시너지효과를 내거나 3개 지역 모두 득이 되는 신규 사업의 발굴에는 의외로 제약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새로운 산업에만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미 포항과 경주, 울산은 자동차산업이라는 하나의 서플라이체인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며 이들 3개 지역은 공동운명체인 것과 마찬가지임을 깨달아야만 한다. 최근 포항, 경주 지역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진 데는 단지 철강경기 부진에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산업까지도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는 철강소재가, 경주에서는 이를 가공한 자동차부품이, 울산에서는 완성차제조 및 판매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지금 사면초가라고 한다. 먼저 수출시장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사드보복조치에서 시작된 중국내 한국자동차 기피 등에 따른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도 마찬가지다. 완성차업체는 노동조합과의 불협화음과 수입자동차와의 경쟁이, 부품업체에서는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 등 경영여건 악화를 지적하면서 가격경쟁력에 한계가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철강경기 부진과 통합되면서 포항, 경주, 울산 세 지역 모두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미래 성장 키워드는 경량화다. 자동차 본체(body)에서 사용되는 철강 비중의 감소는 포항도 예의주시해야만 하는 과제다. 본체에서 단순히 철강소재로만 만들어진 부품의 비중은 향후 10년간 현재 40%대에서 20%수준까지 낮아지겠지만, 고장력·초고장력강판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철강소재비중은 2040년경에도 60%정도는 차지할 전망이다. 나머지는 최근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이 최대 30%, CFRP(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은 10% 전후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경량화에 유용한 철의 대체소재가 있음에도 전면교체가 되기 힘든 데는 철의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자동차 본체에 사용되는 철:알루미늄:CFRP의 가격비는 약 1:4:50 정도로 철이 압도적으로 싸다. 게다가 철 소재는 알루미늄이나 CFRP보다 재활용성이 높고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큰데다 여타소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제조설비를 교체하는 등 막대한 설비투자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다 분명한 것은 향후 세계자동차시장의 주도권은 연구개발을 통해 강판과 플라스틱, 강판과 CFRP와 같은 이종소재들 간의 융합, 복합, 접합 등으로 혁신적인 재료기술이나 신개념의 부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쥐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해오름동맹에 속한 포항의 소재, 경주의 부품, 울산의 완성차로 이어지는 자동차산업의 서플라이체인이 공동으로 협업해야할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포항의 우수한 연구개발진, 경주의 숙련된 부품기술자, 울산의 완성차 시장전략팀 등이 한자리에 모여 드림팀을 꾸며 독일, 일본을 뛰어넘는 경량화에 적합한 자동차용 소재와 부품을 만들어 내는 순간 폭발적인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해오름동맹은 절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