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용흥교차로 새벽 음주단속 현장 가 보니…
“소주 두 잔 마셨는데…”
물로 입 헹궈봐도 ‘삐빅’
만취수치 나온 40대 적발
30대 남성은 도주 시도까지
올들어 포항지역 단속 건수
예전보다 절반 줄었지만
아직도 단속현장은 ‘전쟁터’

13일 오전 2시부터 4시까지 포항시 북구 용흥동 용흥네거리에서 실시한 포항북부경찰서 음주운전단속현장.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13일 오전 2시 포항 용흥교차로.

포항북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찰관들이 번쩍이는 경광봉을 들고 ‘살인운전 단속’을 준비했다. 주말 새벽이라 그런지 꽤 많은 차가 단속 현장을 지났다. 음주 여부 측정기를 후후 부는 운전자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라고 경찰관을 격려하는 착한 운전자들도 많았고,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소심하게 숨을 내뱉는 운전자도 있었다. 귀찮다는 듯 짜증스러운 표정의 운전자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단속을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도록 음주운전자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윤창호법 시행 후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는 사회분위기가 퍼져 몰상식한 음주운전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포항남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포항지역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13건(남구 7건, 북구 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건(남구 19건, 북구 11건)과 비교해 56.7% 감소하는 등 포항지역 음주운전도 크게 줄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음주운전분위기가 환기된 것 같아 국민으로서 뿌듯한 감정을 느끼는 찰나 ‘삐~’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차에서 내린 40대 남성은 술을 얼마나 마셨느냐는 경찰의 물음에 “소주 2잔이요”라고 짧게 답했다. 입을 연신 물로 헹군 그가 음주측정기를 불자 ‘삐빅’하는 소리와 함께 0.125%의 만취 수치가 나왔다.

이 숫자는 혈중알코올 농도를 나타내는 데 0.05%를 넘으면 100일 면허정지, 0.1%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이 기준은 올해 6월 25일 도로교통안전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다소 강화된다. 취소는 0.03%, 정지는 0.08%로 조정된다.

지난해 말 음주운전 인사사고 처벌이 강화된 데 이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한 번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음주운전이 다소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직도 단속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오전 3시 13분께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단속 현장을 조금 앞두고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서더니,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내달리기 시작한 것. 이를 발견한 경찰은 모자가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전속력으로 추격에 나섰다. 이 운전자는 경찰을 피해 도랑을 뛰어넘다 덤불에 걸려 허우적거리다 뒤따라온 경찰에게 붙잡혔다. 그의 음주측정 결과는 혈중알코올농도 0.075%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이 30대 남성은 이전에도 음주운전에 한 번 단속된 이력이 있었다. 아직도 습관적 음주운전은 잘 고쳐지지 않는 모양새다. 만약 도로교통안전법이 강화된 후였다면, 그는 투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로 운전대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윤창호법을 계기로 음주운전이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운전자들이 음주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있어 강력한 단속을 펼치고 있다”면서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다른사람의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위험한 행위다”고 강조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