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포항 앞바다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해난사고가 빈발해 귀한 생명들이 스러지고 있다. 지난 12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는 조업하던 어선에 불이 나 선원 2명이 숨지고 선원 1명이 실종됐다. 앞서 11일 새벽에는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바다에서도 갈치낚싯배가 화물선과 충돌해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안전 불감증 해소를 위한 예방교육과 허술한 긴급구조 시스템을 개선 완비하는 일은 도대체 왜 안되는 것인가.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2일 새벽 2시께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동쪽 81.5㎞ 해상에서 조업하던 장성호(9.77t·승선원 6명)에 불이 났다. 선장 김모 씨 등 6명은 소화기로 불길을 잡는 데 실패하자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작업용 밧줄을 잡고 버텼고, 불길이 잦아들자 3명은 배 위로 다시 올라오는 데 성공했으나 나머지 3명은 실종됐다. 이 사고는 오전 8시 30분께나 돼서야 지나가던 저인망어선이 해경에 신고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 저인망어선은 현장에서 선장 김모 씨 등 3명을 구조했다. 해경은 수색 4시간여만인 오후 12시 12분께 사고해역에서 약 4㎞ 떨어진 해상에서 의식이 없는 선원 황모 씨와 정모 씨 등을 발견, 헬기를 이용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들은 끝내 숨을 거뒀다.

앞서 지난 11일 새벽 4시 30분께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방 80㎞ 해상에서 14명이 타고 있던 여수 선적 갈치낚싯배 무적호가 파나마 선적 화물선 코에타호(3381t)와 충돌해 전복되면서 선장 최모 씨 등 세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실종됐다. 조사 결과 두 선박은 상대를 식별하고도 속도만 다소 늦추었을 뿐 항로를 바꾸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적호에 설치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 당시 사망자들을 포함한 4명은 구명조끼조차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크고 작은 해난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안전 불감증’해소와 허술한 ‘긴급구조 시스템’ 개선은 도무지 낭보가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고신고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예가 거의 없는 것은 안전시스템의 후진성을 대변하는 고질적 현상이다.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의 안전사고 예방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안들이 강구되는 것 같지도 않고, 식별장치(AIS)나 위치발신장치(V-Pass)의 불비(不備)를 포함해 신고망 개선 문제도 개선 기미가 없다. 지금이 어느 세월인데, 방심 끝에 사고가 나면 그저 기도나 올리는 게 고작인 수준이어서야 되겠는가. 해상안전이 튼튼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바다에서 들려오는 잇따른 비명에 민심은 한없이 허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