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 의원들의 일탈로 빚어진 지방의원의 부적절한 해외연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13일 발표된 정부의 규제안이 국민의 눈높이에는 맞추어졌다 하나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에 불과해 실효성을 두고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새로 마련한 ‘지방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 표준안은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셀프심사 차단 △부당지출 환수 방안 마련 △정보공개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그동안 지방의원이 주로 맡아왔던 공무국외여행의 심사위원장을 민간에 맡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지방의원이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방의회는 전국 153곳이다. 전체의 절반을 넘어 셀프심사란 비판을 받아 왔다.

꼼꼼히 살펴보도록 심사기간도 늘렸다. 여행계획서 제출시한을 현재 출국 15일 이전에서 30일 이전으로 개선키로 했다는 것이다. 또 공무국외여행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그 비용을 환수한다는 근거 규정도 마련했다. 정보공개 강화 방안으로는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결과 보고서는 물론이거니와 계획서도 지방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하고, 연수결과는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 보고토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 행안부 내서도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행안부 제시 안이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권고 수준의 표준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각 지방의회가 이를 지키지 않아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지방의회가 자체 안을 만들 때 행안부의 의도를 살리지 않으면 예천군 의회 사태와 같은 일은 얼마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방의원들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 의원의 외유성 해외연수는 지방의회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예천군 의회뿐 아니라 전국 지방의회의 고질적 폐단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아 왔던 문제다.

전국적으로 231개 시군구 의회와 17개 시도의회가 임기 중 해외연수로 사용하는 예산은 수백억 원이 넘는다. 국민의 세금인 지역 예산을 목적도 분명치 않은 외유성 해외연수로 낭비한다면 그들에게 해당 자치단체의 예산 감시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지방의회 존립에 관한 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방의원 스스로가 자신의 자질을 낮추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국민의 70%가 지방의원의 해외연수 전면 금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지방의회는 지금이라도 특단의 각오로 행안부 권고안에 맞는 규정을 만드는 모습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아직까지 예천군 의회 사태와 관련해 전국 어느 지방의회든 간에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표명한 곳이 없다. 지방의원의 생각이 어느 곳에 머물러 있는지 알 수가 없는 대목이다. 지금은 지방의원 스스로가 뼈를 깎는 각오를 보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