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은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자금중개기구 혹은 상품을 통칭한다.

이 용어의 유래는 채권운용회사 핌코(PIMC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맥컬리(Paul McCulley)가 지난 2007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사용한 후 널리 쓰이게 됐다.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시행하고, 이 대출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원금 및 이자 상환액)을 바탕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또 다른 대출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은행에 의해 발행된 유동화 증권은 기초자산의 신용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눠져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판매가 된다. 헤지펀드, 보험사,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린다. 하지만 이렇게 구성된 금융상품의 경우 부실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즉, 은행의 경우 예금자와 대출자 등으로 자금중개경로가 단순한 반면 그림자금융은 자금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복수의 금융기관들이 서로 연계돼 있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투자가 대부분 기초자산의 담보가치를 이용한 대출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자본 대비 투자액이 많아 원금손실의 위험이 일반 금융상품보다는 높다. 이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으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은행이 아닌 곳에서 조달하는 부동산 자금인 우리나라 ‘그림자금융’ 규모가 470조원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약 80조원이 부실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그림자 금융의 국내 잔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470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이중 환매와 계약철회, 부실화 등의 리스크가 예상되는 자금은 8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데, 부동산 금융마저 부실위기로 빠져든다니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나라 살림살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