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시인
김현욱
시인

2019년 1월 1일 오후, 거창 톨게이트를 막 빠져나오자 눈발이 흩날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몰아 붓다선원이 있는 웅양면으로 향했다. 그사이 눈발은 더욱 거세졌다. 굽이굽이 마을 길을 돌아 해발 720m 수도산(修道山) 중턱에 위치한 붓다선원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붓다선원 경내에서 바라본 풍경이 일품이었다. 입구에 ‘사마타·위빠사나 수행처’라고 새겨진 커다란 바위가 보였다. 바위 뒤편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수행자여, 선정을 닦아라. 삼매가 있는 수행자는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본다.”

야무진 인상의 혜정 스님이 바라밀당 1층 수행자 숙소로 안내했다. 필자가 3박4일 동안 머물 방 이름은 ‘결정’이었다. 십바라밀(보시, 지계, 지혜 등)에서 따온 모양이다. ‘결정’은 중생의 복리와 행복을 위해 굳은 결심(아딧타나)을 한다는 뜻이다. 성인 2명이 누울 수 있는 자그마한 크기에 화장실이 딸린 깨끗한 방이다. 예전에는 수행자들이 컨테이너 숙소에서 단체로 생활했다고 한다. 방으로 들어와 수행생활 안내 책자와 상시 수행 시간표를 확인했다.

수행에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두 가지가 있다. 사마타는 선정수행을, 위빠사나는 지혜수행을 말한다. 사마타는 삼매를 계발하고, 위빠사나는 지혜를 계발하는데, 사마타는 위빠사나를 계발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토대라고 한다. 초보자들이 사마타 수행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마타에는 40가지의 명상주제가 있다. 초보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수행자가 아나빠나사띠(둘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를 통해 깨달음을 이루었다고 한다. 부처님은 상윳따 니까야에서 아나빠나사띠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니들이여, 이 들숨날숨에 마음챙김을 통한 삼매를 닦고 많이 공부하면 전적으로 고요하고, 수승하고, 순수하고, 행복하게 머물고, 나쁘고 해로운 법들이 일어나는 즉시 사라지고 가라앉게 된다.”

청정도론에서도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이라는 명상 주제는 부처님의 다양한 명상 주제 중에서 가장 으뜸이며, 몇몇 벽지불과 부처님들 그리고 그 밖의 부처님 제자들이 특별함을 얻는 것의 가장 가까운 원인이 되고, 명상 주제로 특별함을 얻은 자들이 금생에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의 가까운 원인이 된다.” 라고 말했다.

아나빠나사띠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의 가장 가까운 원인이 된다니 귀가 솔깃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언제 가장 행복해할까? ‘행복의 순간’을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가족과 또는 연인과 함께 무언가를 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결과가 많았다. 결국, 행복이란 ‘어떤 순간(the moment)’에 존재하는 것이다.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우리 가까운 곳에 늘 숨어 있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숨바꼭질할 때 술래는 숨어 있는 친구들을 찾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구석구석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꼭꼭 숨어 있는 친구(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나빠나사띠란 현재에 집중하고 머무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들숨날숨 사이에 명명백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들숨날숨 사이에 있다. 필자는 채 1분도 들숨날숨에 집중하지 못하고 온갖 망상과 번뇌에 끌려다니는 마음을 보고 수행 기간 내내 매우 안타까웠다. 초보자로서 시행착오를 겪는 중에 붓다선원의 선원장인 진경 스님과의 인터뷰는 아나빠나사띠 수행자들의 좋은 가르침이 되었다. 보름 넘게 집중수행에 참가한 어느 수행자의 꼿꼿한 좌선에서는 강한 결기가 느껴졌다. 비록 3박4일의 짧은 아나빠나사띠 수행이었지만 느낀 바가 많았다. 진경 스님은 ‘숨 보기’를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돌아온 지금도 틈틈이 ‘숨 보기’를 실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아나빠나사띠를 수행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