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br>​​​​​​​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자문위원회가 국회의원 수를 현행 300명에서 360명으로 늘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냈다. 권고안은 이밖에 ‘투표 참여 연령 만 18세 하향’, ‘공천제도 개혁’ 등도 담고 있다. 하지만 정개특위가 금세 합의안을 도출해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긍정적인 신호도 없다. 정개특위 자문위가 내놓은 권고안에 대하여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부터 난색이다. 구체성도 떨어지고,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왔던 문제들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엿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인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따끔한 지적도 따라붙는다.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현상 자체가 문제다. 정치개혁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고, 모든 제도나 장치들이 연계돼 있음에도 다들 선거제도 하나에만 오목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승자독식의 폐해를 차단하고 양대 정당의 독과점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흔히들 사례로 들고 있는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중심형’ 정치체제의 산물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중심형’ 정치체제를 그냥 둔 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덜컥 도입하는 것은 기형적 정치환경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중·대선거구제와 내각제가 함께 작동될 때나 최상의 의미를 띠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논리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문제는 정치권이 하나같이 지독한 이기주의에 발을 담근 채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논리들만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바짝 매달리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의 주장은 어쨌든 이 제도가 군소정당에 유리해질 공산이 크다는 예측에 기인한다. 지난 제20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25.5%의 정당 득표율로 41%의 의석수를 가져간 반면, 정의당은 7.2%의 정당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2%의 의석수만을 차지했다. 거대 정당은 과대 대표되고 중소 정당은 과소 대표되는 현 선거제도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다.

거대 양당의 당리당략이 골칫거리다. 민주당이 말하는 ‘절충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의석 수의 50%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배분하고 50%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비례의석 확보에 유리하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대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근본적으로 권력 구조 자체를 함께 변경해야 그 목적이 실현될 수 있다. 최소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과감히 수술하는 헌법개정만이라도 수반돼야 마땅하다. 그런 측면에서 ‘개헌’과 연계하는 전략을 선택한 한국당의 목소리는 더불어민주당 2중대·3중대의 점유율 폭등을 우려하여 고약한 옵션을 건 측면이 있다 해도, 근본적으로 옳다.

의원정수를 늘리는 문제에 대한 민심의 근본적인 반발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 때문이다. 일 잘하는 일꾼들을 늘리자는데 무턱대고 반대할 국민은 없다. 일을 형편없이 하는 이유가 ‘일손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여론 또한 없다. 매일 멱살잡이 드잡이 닭싸움만 일삼고 있는 오합지졸들이 밥만 더 먹자고 대들고, 일꾼을 더 늘려달라고 조르는 짓을 묵인할 주인이 어디 있을까. 이 문제는 근원적으로 낮은 정치생산성 이슈와 맞닿아 있다.

어쩌다가 고양이들한테 맡긴 생선가게가 엉망이 돼가고 있다. 정치인들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아니라, ‘개헌’ 문제를 포함한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제 주인들이 저 위태로운 생선가게를 빼앗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어떻게든, 국민이 직접 나설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고양이들에게 맡긴 생선가게가 잘 돌아갈 확률은 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