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철 문
여러 날 따지 못했다
때를 놓쳤다
우리 부부는 싸웠고
참외는 개미가 먹었다
포식을 했다
줄줄 흘러내린 과즙을
까마중이 먹었다
물관과 체관을 지나고
흰 꽃을 지났다
아까 날아오른 두엇은
씨앗 도둑이다
내장으로 가서
곧 항문을 지날 것이다
내 참외를 천지가 먹었다
도둑놈!
때를 놓치고 따지 못한 참외를 개미와 까마중, 새가 먹었고 새는 씨앗을 널리 퍼뜨린다는 연쇄적이고 순환적인 논리를 펴면서 천지간의 모든 자연물들이 생명의 순환구조를 가졌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내 것이라는 생각을 비워내고 마음이 열릴 때 자연과 인간이 진정한 소통의 회로를 이어가며 일체감을 획득한다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