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방향이 옳다”며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해 답답함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민적 관심사임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문 대부분을 ‘경제’ 이슈로 채웠다. 고용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부의 분배도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전통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분배의 개선도 체감되지 않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며 “또 달라진 산업구조와 소비행태가 가져온 일자리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정부는 이러한 경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야말로 ‘사람중심 경제’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밝혀 ‘진단 따로’ ‘처방 따로’의 인상을 풍긴 대목은 걱정을 남긴다. 더욱이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의지를 의문스럽게 했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한 혐의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수사에서 곧 가려질 것”이라고 강조해 청와대의 입장이 여전히 ‘청와대 특감반원’ 이름으로 한 행위를 ‘개인의 일탈’로 뒤집어씌우는 ‘오리발’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입증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와 관련해서는 ‘불순한 목적의 국채 추가발행 시도’라는 사태의 본질을 애써 비껴간 동문서답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의하는 한반도 비핵화 정의를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답변했다. 또 주한미군이나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문제에 대해서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 속 상응 조건으로 연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고 시원한 답을 찾아내는 회견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굳이 좋은 쪽으로 해석하자면, 현 정부가 당면한 문제와 정책의 허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식을 해가고 있다는 측면일 것이다.

‘혁신’과 ‘포용’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신년사와 새로운 진용을 갖춘 청와대 비서진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신속히 답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바꿀 건 빨리 바꾸고, 고칠 건 서둘러 고쳐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