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 방식 개편안은 ‘죽어가는 암 환자 옆에서 보약 달이기 시작하는’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내각에 “현장에서 답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혹독한 불경기 속에 영세 상인들과 서민들의 뒤통수를 친 격인 과도한 최저임금 상향이 불러온 초유의 경제난은 응급실 중환자 신세나 마찬가지다. 새로 시작하는 청와대 제2기 새 팀은 무엇보다도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화’부터 시급히 수용하는 게 맞다.

‘시급 1만 원’이라는 대선 공약 이행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막상 임금 지급을 감당해야 할 중소 영세 상인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저지른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깊고도 넓다. 결과적으로 골목 경제를 망가뜨리고 알바생들까지 일거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게 하는 역효과를 폭발시켰다. 보조금 받기 위해 할 수 없이 드는 4대 보험 가입률만 보고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청맹과니들은 참으로 한심하다.

그런 가운데도 노동운동 세력의 입김이 무서워 정부는 유급 주휴시간(8시간)을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시켰다. 문제를 해결할 의지보다는 집토끼 지지율 관리에만 혈안이 된 듯한 문재인 정권의 행태가 역연해 불안하고 씁쓸하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 올해는 10.9% 올랐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위원회 ‘이원화’ 개편안 정도로 최저임금 부작용이 치유될 리는 만무하다. 개편안엔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의 핵심 요구가 빠졌다.

경영계는 업종별·연령별·지역별·사업장 규모별 차등화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영세자영업자들의 모임인 소상공인연합회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하지만, 당장 숨이 넘어가게 생긴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아무런 처방이 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의 서투른 경제정책들이 뜻밖으로 ‘을’과 ‘을’ 또는 ‘을’과 ‘병’끼리의 혈투를 조장하면서 ‘부익부 빈익빈’의 고질적 경제구조를 한없이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0% 넘게 올리면 1년 사이에 일자리가 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신규 취업자 수가 크게 줄어든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청와대가 대통령실장과 정무수석, 국민소통수석을 바꿨다. 새로 시작하는 참모진들이 문 대통령의 어긋난 시각부터 직언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미리 다 짜놓고 잘했다는 영상이나 찍는 ‘국민쇼통’ 말고 정말 국민의 삶 안으로 들어와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때마침 들려오는 ‘대통령 혼밥’ 풍문이 불길하다. 업종별·규모별 차등화, 주휴시간 기준제외 등 최저임금 비상조치들이 수반되지 않으면 ‘서민경제’는 더 위험해질 수 있음을 간과치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