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많은 학교가 방학 중이다. 물론 아직 방학에 들어가지 않은 학교들도 있다. 그런 학교들은 1월 중순에 졸업식과 종업식을 같이 하면서 2018학년도를 끝낸다. 1월 졸(종)업식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다. 유연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경직될 대로 경직된 이 나라 교육제도에서 1월 졸(종)업식은 조금은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학부모들의 반응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좀 더 속을 들여다보면 학부모들이 환영하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얼마나 잘 됐는지 모르겠어요. 학원을 좀 더 오래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지난번에는 괜히 2월에 학교에 나오라고 해서 학원 흐름이 다 깨졌는데 1월 초에 종업식을 하니 학교 방해받지 않고 2월까지 학원을 다닐 수 있어요. 오전에는 좀 쉬었다가 점심 먹고는 계속 학원에서 공부해요. 그래서 이번에 학원 하나 더 신청했어요. SKY 캐슬에 사는 부모들만큼은 못 해줘도 이제부터 애 뒷바라지 좀 해야겠어요. 애랑 같이 학원 시간표 짜는데, 부모 역할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애도 정말 좋아해요. 이참에 종업식을 12월 중순까지 당겨줬으면 정말 좋겠어요.”

참 씁쓸했다. “학교의 방해를 받지 않고”라는 말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지인은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괜히 자유학기제니 뭐니 한다고 부산만 떨어가지고는 애들한테 헛바람만 가득 넣어 놓고 말입니다, 이 선생한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더 이상 학교 교육에 희망을 가지는 학부모들은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육청이나 학교는 학생들 교육만큼은 자신들 아니면 안 된다는 잘못된 교육 권위의식에 빠져 있으니 슬픈 노릇입니다. 그러니 학교가 아이들의 미래를 좀먹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도 학교와 교사들은 아직 그것을 모르더라고요.”

필자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 맞는 말이기 때문에. 갑자기 말이 없어진 필자가 걱정되었던지 옆에 있던 다른 지인이 “드라마가 문제야. SKY캐슬인가 뭔가 하는 드라마 나도 잠시 봤는데, 정말 화가 나서 못 보겠더라.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도전적이야. 새해부터 어두운 이야기 그만하고, 좋은 이야기 합시다”라며 이야기를 끊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문제야. 정권 바뀌고, 교육감 바뀌면 뭐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시끄럽기만 시끄럽고 나아진 것이라고는 정말 하나도 없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필자의 모임 중 교육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모임이 없다. 시민의 입장이 되어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듣는 것같다. 장르는 스릴러(thriller)! 스릴러를 사전에서는 “관객의 공포 심리를 자극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영화 및 드라마”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스릴러의 3대 기본 요소로 “긴장을 야기하는 객관적인 위험, 이 위험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내맡기는 관객, 모든 것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을 들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교육계 돌아가는 상황을 영화 장르로 다시 추정해보면 스릴러보다는 호러(horror)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스릴러의 세 번째 요소인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실한 희망”이라는 항목이 이 나라 교육에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절망뿐인 이 나라 교육. 그래서 교육, 특히 학교 관련 영화는 호러 영화(horror film)가 많은 지도 모르겠다. 호러 영화를 사전에서는 “관객에게 공포와 경악이라는 부정적인 정서를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장르”라고 정의하고 있다. 2019 불수능, 갈팡질팡 하는 대입제도, 사회 변화에 역주행하는 학교 시스템 등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한국 교육은 분명 호러 영화 그 자체이다.

정말 한국 교육에는 희망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