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권

벗은 흙 잔등으로 풀꽃 터뜨리고

새파랗게 털갈이 하고 있는 곳

여기가 무속도로로구나

나는 울타리를 넘어

자연의 잔등 위로 침범한다

저 느린 시간을 향해 걸어 들어가며

한없이 느려터진 말들과 일가(一家)를 이루며

벗은 흙 잔등으로 풀꽃을 터뜨리고 털갈이 하는 느린 시간 속 자연의 시간을 무속도로로 지칭하며 시인은 비정하고 냉혹한 문명의 무서운 속도를 야유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고속도로 곁 자연 속에는 시인이 말하는 자연스럽고 질서와 여유가 있는 무속도로가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