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매년 쏟아져 나오는 보고서들 가운데 세계 각국의 도시별 랭킹을 매기는 보고서들도 적지 않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이와 같은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보고서들의 도시 순위에서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위권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이한 보고서들도 많은데 그중 하나로는 미국의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DELL)사가 매년 발표하는 ‘여성 기업가(起業家)의 성장을 촉진하는 도시랭킹(Women Entrepreneur Cities Index)’이라는 것도 있다. 델사는 주요 도시들을 시장, 인재, 자본, 문화, 기술 총5개 부문에 72개 지표를 설정한 후 그중 45개 지표에 성별에 기초하는 요소를 포함시켜 이를 수치화하여 도시별 종합순위를 산출하고 있다. 여기에도 뉴욕시는 2018년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서울시가 2017년 30위에서 2018년 20위로 많이 개선됐지만 베이징 홍콩 타이완 상하이가 나란히 13위에서 16위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여성기업가가 나타나고 성장하기는 어려운 환경임을 알 수 있다. 일본 도쿄는 2017년 서울보다 뒤처진 39위에서 2018년 17위까지 수직상승하며 서울을 따돌렸다.

이는 일본 정부가 인구감소시대를 맞이해 그 근본원인 중 하나로 여성 그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사회경제활동의 여건 개선에 주목하기 시작한 성과의 하나가 아닐까 짐작된다.

그렇다면 뉴욕시는 어떤 방법으로 여성 기업가의 성장을 촉진시켰을지 알아보자. 뉴욕시는 2014년 여성 기업가 지원기관인 ‘WE NYC(Women Entrepreneurs NYC)’를 설치했다. 여기에는 뉴욕시라는 행정만이 아니라 금융기관, 기업가, 대학, 비영리단체나 언론기관 등이 산학관연대의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이 기관에서 여성 기업가들에 대한 교육, 훈련 및 관계자와의 네트워크 형성 지원 등은 물론 자금조달이나 융자에 관한 자문 등 기업이 자립하는 데 필요한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WE NYC의 운영프로그램인 WE Master Leadership에서는 창업자나 투자가 등에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비즈니스 스피치에 유용한 비결, 지도력 향상을 위한 워크숍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뉴욕시장은 70% 이상 여성들이 기업 창업이나 성장에 자금조달이 가장 큰 난관이라는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여성 기업가용 크라우드 펀딩(WE Fund Crowd)도 도입했다. 여성창업자들이 대부분 은행 등을 통한 소액자금 대출이 어렵거나 고금리가 적용되는 부담을 이를 통해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해소한 것이다.

포항은 물론 다른 지방 도시들 모두 젊은 여성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에 눌러 앉히기 위해서는 육아환경 개선에 앞서 대학졸업 여성들이 경제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조성부터 할 필요가 있다. 여성 기업가의 성장을 촉진하는 도시랭킹 산정 항목 5개 가운데 포항시는 남성인력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철강도시답게 여성친화적인 ‘시장’과 ‘문화’ 항목 부문의 점수는 아마도 낮을 것이다. 하지만 우수한 연구개발 기반에서 배출되는 ‘인재’와 첨단과학 ‘기술’ 두 개 항목은 전국 어느 도시보다 뛰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항목인 가장 중요한 창업 ‘자본’ 조달은 전국 모두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역에 있는 잠재적인 엔젤투자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심의기구의 심사를 거친 여성 기업가의 사업아이템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포항형 크라우드 펀딩의 구상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에도 창업을 꿈꾸는 많은 예비 여성 기업가들이 많다. 이제 그들이 굳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도 포항에서 창업을 꿈꿀 수 있는 분위기부터 조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