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등대와 도동항 사이 해안 끝 해발 170m 지점 설치
지역 중요 3대 항구 모두 관측 가능한 장소 위치 ‘주목’
총 높이 4m… 성인 크기 대형건전지 4개로 불 밝혀

울릉읍 도동리(행남) 현 도동등대와 도동항 사이 해안끝 해발 170m 지점에 설치돼 있는 행남무인등대.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일본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보이는 울릉읍 도동리 행남무인등대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행남무인등대는 울릉도 관문인 도동항, 어업전진기지 저동항, 울릉도교통거점(허브)항인 울릉신항 등 울릉도 중요 3대 항구를 모두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에 위치해 주목을 끈다.

행남무인등대는 울릉읍 도동리(행남) 현 도동등대와 도동항 사이 해안 끝 해발 170m 지점에 설치됐다. 당시 미래 울릉도관문이 될 도동항을 예측하고 도동항해안에서 가장 중요 요충지에 등대를 설치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무인등대는 행남의 전망이 뛰어난 곳에 설치돼 있지만, 해안 방향은 절벽 끝이고 내륙 진입은 숲이 우거져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워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울릉읍 도동리에 사는 일부 원로들만 알고 있었으나 본지가 처음으로 현장을 답사, 공개됐다.

무인등대 규모는 높이 10cm의 2단 기초와 앞면 폭 120cm, 옆 1m, 높이 170cm의 4각형 창고 위에 높이 25cm 단과 단 위에 170cm 정도의 기둥과 불을 밝히는 등이 설치돼 꽤 큰 규모다. 현재 등은 사라지고 없는 상태다.

총 높이는 약 4m 규모로, 맨 아래 사각 창고 정면에는 높이 150cm, 폭 80cm 크기의 철문과 등대 기둥에는 직각 철 계단이 설치돼 있어 사람이 전등까지 올라갈 수 있다. 현재 철문은 열리지 않는다.

행남무인등대 위치를 본지에 제보한 백상인(60·울릉읍 도동리)씨는 “철문 안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높이 약 60cm, 성인 한 아름 규모의 건전지 4개를 넣어 불을 밝혔다”고 말했다. 백씨는 과거 행남무인등대가 있는 능선을 따라 내륙 방향으로 약 200m 지점에 살았다.

백씨는 선친으로부터 일제시대에 무인등대가 건설됐고 해방후 일본인들이 철수한 후는 한국 군인들이 사용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백씨도 과거 해군의 함정이 울릉도에 들어와 군인들이 대형 건전지를 1개씩 해안에서부터 무인등대까지 지고 올라와 건전지를 갈아 불을 밝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이 무인등대에 대한 기록이 국내에 없는 상태다. 등대를 관리하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측은 “울릉도 행남무인등대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울릉군지 등 울릉도 과거 기록에서도 이 무인등대의 기록을 찾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백씨의 증언을 토대로 등대가 설치된 지형, 위치 등 등대 요충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씨는 “약 12~13년 전 관계 기관에서 무인등대를 철거하러 왔지만 역사적 유물이고 후세에 이 같이 중요한 요충지를 알리고자 철거하면 절대 안 된다며 강력히 반대해 지금까지 보존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울릉도 등대 기록에 따르면 울릉도 최초 등대는 태하등대로 지난 1958년 4월11일 최초전등 일로 기록돼 있다. 울릉도 최초 등대를 울릉도관문인 도동항 주변에 설치하지 않고 서면 태하동에 설치된 것은 이 지역이 육지(삼척)와 가장 가깝기 때문으로 보인다.

울릉/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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