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운동 경기는 이변을 낳는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4강 신화까지 끌어 올린 히딩크 감독의 등장도 따지고 보면 뜻밖의 결과물이다.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았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대접받을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된 박 감독에 대해 베트남 국민조차 유명 감독을 데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사실 박 감독의 축구 인생도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았던 여정의 연속이었다.

대구FC가 프로축구 정규리그에서 항상 중하위권을 맴돌다 지난해 창단 후 첫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올해 열리는 아시아챔피언리그(ACL)에 진출하는 영광도 얻었다.

스포츠가 팬들의 사랑을 받고 팬들을 열광시키는 이유도 이 같은 이변이 있기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변은 스포츠 경기의 흥미를 끌어 올리는 마술과 같은 신통력이 있다. 대구FC가 작년 FA컵 우승에 이어 프로 축구팀의 숙원인 홈구장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어 경사가 겹쳤다.

대구시 북구 고성동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건립한 ‘포레스트 아레나’는 전국 11번째 만들어진 축구 전용구장이다. 1만2천석 규모다. 종전의 월드컵 경기장과는 완전히 다르게 설계됐다. 그라운드에서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7m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를 그대로 들으며 실감나는 축구 관람을 할 수 있다. 또 국내 최초로 좌석 바닥에 경량 알루미늄 패널을 설치해 관중이 발을 동동 구르면 알루미늄 바닥을 통해 나는 소리가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게끔 만들었다. 지붕 설치로 햇빛과 비를 차단해 선수와 관중이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9만 9천석)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홈구장인 ‘캄푸누’만큼은 못하지만 이만하면 자부심을 가질 전용구장이 대구FC에게 생긴 것이다. 3월 13일 중국 광저우와 홈경기를 시작으로 포레스트 아레나는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시민구단 대구FC가 새해에는 기분 좋은 출발로 팬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 나갈지 벌써 궁금해진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