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시행 31년 만에 결정체계 이원화
고용노동부 개편 초안 발표

정부가 최저임금제도 시행 31년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를 추진한다.

전문가들이 경제상황을 고려해 인상구간을 먼저 설정하면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인상구간 내에서 인상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공익위원도 정부 독점추천이 아닌 국회나 노·사 양측이 추천권을 나눠갖게 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 초안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 양측과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구간설정위는 경제학과 노사관계, 노동법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되며 결정위는 기존 최저임금위와 유사하게 노·사단체와 정부추천 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구간설정위는 노동자의 생활 보장뿐 아니라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한다.

노동부는 고용 수준 등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추가할 방침이다.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결정될 수 있도록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구간설정위 전문가 9명 선정 방법은 노·사 양측과 정부가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하고 노·사가 순차적으로 3명씩 배제하는 방안과 노·사와 정부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노동부는 구간설정위 활동 지원을 위해 최저임금위 사무국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결정위는 노·사·공익위원 각각 7명씩 21명으로 구성하는 방안과 노·사·공익위원 5명씩 15명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노·사의 대립 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전원을 정부가 추천하는 현행 방식은 폐지된다. 현행 방식은 공익위원이 정부 입김에 휘둘려 최저임금 결정이 사실상 정부에 좌우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장관은 “그동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반복돼왔던 소모적인 논쟁들은 상당 부분 감소될 것이며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도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은 이달 중으로 확정돼 관련법 개정 등을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부터 적용된다. 노동부는 오는 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김진호기자

    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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