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두 석

산책길에 만나는

복사나무에 복숭아가 익어서

꽃 필 때까지 기대한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서

따서 한 입 베어 무니 벌레가 나오고

예닐곱 개의 복숭아를

시험해보아도 다

벌레가 들어 속살을 파먹고 있다

(…)

벌레에게는 복숭아가 전부이지만

나에게는 여러 먹거리 중의 하나

하지만 벌레나 나나

태고로부터 전해지는

복숭아를 탐하는 맛망울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상념이 불쑥 떠올라 지워지지 않는다

산책길에서 복숭아를 따서 먹는데 그 때마다 벌레가 나오자 시인은 자신과 벌레를 동일한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경쟁관계를 느끼기도 한다. 같은 처지의 존재의식을 바탕으로 동병상련의 관게로 여기며 또 하나의 인연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본다. 우주, 대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존재를 생각케하는 시다. <시인>